[한섬칼럼]목수는 좋은 나무를 볼줄안다

2003-07-29     양성철
훌륭한 목수가 좋은 목재를 얻어 명작의 건축물을 만들어 놓으면 많은 사람들이 그 건축물을 보면서 감탄한다. 세상 살아가는 이치 또한 모두 한가지로 통한다고 본다. 목수가 좋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각종 나무의 특징과 쓰임새를 잘 알아야 하고 나무가공시에 주의할 점등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5백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좀이 발생하지 않아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나무로 만든 대장경이 인간이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예상을 뛰어넘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대표팀 감독인 거스 히딩크 역시 좋은 목수에 비유할 수 있다. 히딩크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팀을 이끌고 유럽챔피온에 오르는 풍부한 경험과 선진축구기술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무명의 선수들을 자신의 안목에서 가장 성장가능성이 큰 선수들을 선발했다. 즉 목수가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우리국민들 특히 스포츠전문신문을 비롯한 축구전문가들은 히딩크가 선발한 선수들이 초기에 부진한 경기를 펼치자 너무 신인이라 국제적인 경험부족으로 대표팀선수를 뛰기에는 부적합하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히딩크는 자신의 안목에서 훌륭한 선수라고 판단되는 선수들을 선발하고 그들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가공하고 조련시켰다. 그 결과 우리는 아시아에서 최초로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 5회연속 월드컵에 출전, 1승도 거두지 못한 월드컵을 아시아에서 처음 이라는 것과 홈그라운드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좋은 성적을 못 거두면 두 번다시 이러한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자각에서 국민들과 선수들이 한 몸이 되어 뛴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원동력이라고 생각하지만 히딩크라는 걸출한 감독이 없었던들 이루지 못할 결과였다. 이야기를 우리 업계로 돌려보자. 최근 흰색의 바지나 수영복 등 흰색의 의류가 여성들을 유혹, 거리를 밝게 만든다. 이러한 흰색의 바지나 수영복에는 그동안 별로 사용하지 못했다. 흰색의 원단은 폴리에스터의 경우 폴리머내부에 빛을 분산시키는 염료가 거의 없어 내부의 모습이 바로 투명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여성바지를 만들 경우 내의가 비치고 수영복을 만들 물에 들어가지 않았을 경우에도 내부가 투명하게 보인다. 물에 들어가 젖은 상태가 되면 더욱 빛의 투과현상이 발생, 옷을 안 입은 것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고 만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흰색의 트렌드가 유행하기 어려웠고 따라서 흰색의 바지나 수영복은 그동안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화섬기술과 광학기술의 발달로 폴리에스텔원사를 만들 때 폴리머의 구조를 불규직척으로 만들어 빛의 투과시 난반사효과를 내도록 해 빛의 투과율을 떨어트렸다. 이러한 원사를 이용해 제직, 봉제한 흰색의류는 일반적인 다크컬러의 원단처럼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현상이 없어져 흰색의 바지나 수영복을 만들 수 있게 되어 흰색의 트렌드가 넘실거린다. 그런데 최근 목수자격이 없는 일부 몰지각한 업자들은 이건 흰색열풍에 먹칠을 하고 있어 원성을 쌓고 있다. 폴리머의 구조가 불규칙적으로 되어 빛을 난반사시키는 원단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 폴리머를 사용한 흰색원단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의 바지를 입은 일부 여성은 바지 안에 입은 팬티를 선명히 드러내놓고 거리를 걷고 있는 웃지 못할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개발된 불규칙 난반사원단을 모르고 흰색의 옷이 잘 팔리니 무조건 따라하는 생산자나 엉터리 옷을 입고도 강심장을 달았는지 팬티까지 보이는 바지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여성들을 본다. 목수는 좋은 나무를 알아야 좋은 건축물을 짓듯이 의류를 만드는 생산업자도 원사의 개발동향에 관심을 갖고 좋은 소재의 개발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 scyang@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