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시대가 안무서운 기업들…정기창

1999-03-16     한국섬유신문
IMF사태 이후 국내 대다수의 기업들이 고환율과 고금리에 멍들어가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많은 업체들이 도산의 길로 치달았으며 대란설이 나돌던 3월들어 그 기세는 더욱 심화,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타 기 업에 귀감이 될만한 회사들이 빚을 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전문 품목으로 기술력을 특화, 남부럽지 않은 시장을 가지고 자신만의 아성을 구축해 가고 있는 기업들이 바로 그들이다. 손으로 꼽자면 대게 혜양섬유, 자오무역, 쎄로또레 코리아, 우보실크, 기도산업, 풍신레포츠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다. 이들은 과거 수출 물량과 매출 외형만으로 기업의 가치를 따 지던 시대에는 여론의 관심에서 비껴나 자신만의 길을 묵묵 히 걸어 왔다. 언론매체들의 주목을 받지도 않았고 이들 기업들도 전문 기 업의 특성상 자신의 존재가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그리 달가 와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면면을 속속히 들여다보면 이들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혜양섬유는 스웨터를 전문으로 수출하는 회사로 비 교적 업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요즘 밀려드는 오 더를 감당하지 못하고 바이어들을 선별해 받을 만큼 경쟁력 이 있다. 자오무역 역시 셔츠 한 품목으로 3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수출 실적을 이루었다. 쎄로또레와 우보 실크 는 자체 상표로 해외 시장을 성공적으로 개척한 매우 드문 사례. 이중 우보실크는 Key Unger라는 자사 수석 디자이너 이름을 그대로 상표로 사용해 이름을 드날리고 있다. 지난해 1월 클린턴 美 대통령 당선 축하식에서 고어 부통령의 아내 미세스 고어가 입고 나온 붉은색 빌로드 드레스가 바로 우보 실크의 작품이다. 기도산업과 풍신레포츠는 알아주는 모터 사이클복 수출 업 체. 기도산업은 이밖에 특수 기능성 의류 및 수영복, 스키, 스노보드 의류도 생산하고 있으나 기능성 레포츠 의류라는 한우물만 파 온 기업이다. 올해 기도의 매출 증가율은 무려 43%에 이를 전망이다. 일부를 제외한 이들 대다수 기업의 특징은 은행 차입금이 없고 현금결재를 중요시한다는 점이다. 어음거래가 일상화된 기업들이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이들은 수출 기업이라는 특성상 어음 거래가 거의 없다. 따라서 고금리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 회사 외형은 매년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복병은 있다. 불안정한 환율변동이 다. 이들 기업은 환율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자신의 수출 시장을 굳건하게 지킬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 그러나 하루에도 몇백원씩 들쭉날쭉하는 환율은 자칫 엄청난 환차손을 불러와 이들 기업의 존립 기반 자체를 뒤흔들어 놓 을 가공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대기업들만 품안의 자식으로 여기지 말고 외화 가득액 및 부가가치 수준 이 월등히 높은 이들 기업을 품안으로 끌어안아야할 때이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