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발언대] “사장님들은 알고 계십니까?”
인맥과 커미션만으로 움직이는 거래관행에 상처정직이 통하지 않는 풍토…‘눈치없다’ 빈축 일쑤
2004-02-17 한국섬유신문
작년 1년 내수시장 진출하면서 나는 정말 피눈물이 무엇인가를 경험했다.
OEM 수출전문 10몇년동안 최고의 퀄리티와 퀵 딜리버리로 명성을 얻은 우리회사는 지난해부터 10만원대 중저가 브랜드로 알려진 S社, 그리고 캐주얼 브랜드 E社, 또다른 대형 여성복 메이커인 S社의 하청을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의 허술한 시스템에 놀랐으며,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인맥과 커미션만으로 움직이는 거래관행이였다.
이런말을 하면, 많은 사람들은 ‘아직 순진하다’ 혹은 ‘눈치가 없다’고 하지만, 나는 작게는 자신의 양심을 위해, 크게는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내수를 하면서, 몇십억을 투자한 정상 사업체가 사무실도 없는 프리랜서 영업사원에게 오더를 빼앗기고, 그것도 야드당 2,500원씩 더 비싸게 구매하고 있는 기묘함에 봉착했다.
그러나 12,000원하는 원단이 14,500원으로 결제되는데 기본으로 ‘커미션’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과정에서 중국 원단이 국산으로, 재생원단이 최고급 원단으로 둔갑되어 보고되기도 하는 사실도 알았다.
이런일들은 너무나 비일비재해서, 생산업자인 내가 ‘클레임을 받으면 내가 죽는데, 이런 원단으로는 도저히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고 하자, ‘당신네는 클레임이 없으니까 30만달러만 클레임을 먹어달라’는 말을 하는데는 정말 황당했다.
또, 우리회사의 중국과 필리핀 공장에는 일본업체와 미국업체 그리고 국내업체들이 검품을 자주 온다.
미국이나 일본 QC들은 짜증이 날정도로 치밀하고 꼼꼼하지만, 나는 그들과 일할 때 보람을 느끼고 우리 회사의 퀄리티와 딜리버리 체제에 자긍심을 느끼곤 했다. 그러나 한국의 QC들은 특히 남자들은 공항에 입국하는 그날부터 도장을 주고 사라져 버린다. 완사입 클레임인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다급해진 우리는 그날부터 호텔로 술집으로 옷을 들고 그들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이 된다.
나는 모든 면에서 국내 패션 내수업체들이 허술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는 입만 가지고 돌아다니는 프리랜서에게 공장을 지정하고, L/C없는 거래하고, 생산부 담당자들은 커미션에 서로의 눈가리기에 급급한 것이 현실이다.
봉제 생산업체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노력을 해도 메이커의 사장에게 직접 탄원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실정이다. 그러나 나는 생산 현장의 고충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원부자재 가격이 우리나라만큼 높은 나라가 없다고 하는데, 사장님들은 그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는지…임가공 50%, 커미션 50%라는 것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고 계신지…그것도 알고 싶다.
비록 ‘당신네는 틀렸어, QC쪽만 강했지, 눈치가 없어’라는 말을 들을지라도.
<서울소재 봉제업체 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