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불꽃놀이에 대비하라…유수연

1999-03-09     한국섬유신문
덤핑러시...IMF형 충동구매 요즘 백화점이나 전문매장에 가면 예전에 그렇게 고압적인 이미지와 가격대를 강조해 왔던 브랜드들이 10만원에서 20만 원대의 텍을 달고 줄줄이 나와 있는가 하면, 운이 좋을때는 1만원에서 5만원대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른바 IMF형 패 션의 충동구매현장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창고의 임대비라도 줄이고 고금리의 자금압박에서 벗어나려 는 메이커들의 苦肉之策은 주머니가 가벼워진 사람들에게 「 고급 브랜드를 싼 값에 사둔다」는 새로운 만족감을 제공, 일시적인 소비의 붐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와 소비자간의 고통분담이라는 테마하에 실시되 고 있는 브랜드들의 재고 덤핑러쉬의 뒤에는 또 다른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안다. 비어버린 중간소비층 언젠가 국내에 오랫동안 상주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친구가 「한국은 너무나 소비층이 편중되어 있다. 극단적인 하이클 래스 아니면, 저가제품으로 중간가격대가 공백」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말이 무슨 말이였는지 당시에는 이해를 하지 못했지만, 지금 모든 것이 버블이였다는 관점에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과연 맞는 소리였다. 자신의 소비구조에 맞는 품질과 가격대가 없다는 것은 그만 큼 견실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이 아주 소비에 무리를 했다거나, 아니면 터무니 없는 가격대가 조성되어 있었다는 두가지의 이유를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하이패션의 가격이 한꺼번에 떨어져 버린 이시점에서 가장 피해를 입는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저가격대의 시장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같은 값이면 인지도도 있고 디 자인이 뛰어난 상품을 사두는 것이 이익이므로, 구태여 재래 시장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중간대가 진공상태 였던 유통시장이 고가격대의 상품과 저가격대의 상품이 뒤범 벅되어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출혈의 반복과 악순환 이제 메이커에는 재고덤핑때문에 신상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새로운 현상에 울상을 짓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시즌전의 재고처분이라는 또다른 현상을 빗게 될 것이며, 1~2시즌전의 이월상품을 취급하는 디스카운트숍 이나 아울렛의 형태를 크게 바꾸어 놓을 수도 있으며, 사람 들은 또다른 가격폭락을 기다리거나 저가격이 상식화된이후 라면 아예 소비를 자제해 버릴 우려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문제는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가격대가 아직까지도 설정되지 못 했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 「옷값이 싸다」고 느끼는 것은 그동안 패션은 고가격이라는 소비자들의 기존관념에 일시적인 충격이 과해 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간 탄탄한 소비층과 가격대를 유지하지 못했던 우리의 패션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 것일 까. 이런 의문점이라면 일단, 업계의 중론은 단연코 복잡하기 짝 이 없는 유통시장의 개혁으로 모아지게 된다. 유통의 다국적 기업화가 관건 현재, 우리의 자본시장 규모는 상장기업 중심으로 약 1천6백 억에서 2천억대로 추정된다. 그리고 현재 8%대에 해당되는 외국 자본율은 향후 25%선으 로 증가 될 것이며, IMF가 요구하는 수치는 이보다 한술 더 떠서 36%의 외자유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전 경영시스템이 서구화로 뒤바뀌게 된다는 것 을 뜻한다. 인력시장에서의 변화도 불가피하며 모든 것은 파트타임이나 계약제로 바뀌고 치열한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소비층도 파이층처럼 다양해 질 것이며, 진공상태나 다름없 는 그 마켓의 층을 헤아릴 수 없는 수입브랜드들이 그 공백 을 메워나갈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자신의 브랜드가 있어 야 할 곳이 어디인지 그 컨셉과 자리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일거에 도퇴되는 시기를 분명히 맞게 될 것이다. 만약 이쯤에서 모두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즉, 세계적인 유통회사와의 조인을 통해서 마케팅력을 배가하거나 백화점 도·소매 유통업의 다국적 기업화를 통해서 철저하게 소비자 를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남들이 찬란한 불꽃놀이를 할 때, 우리 모두는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소외되어 있어야 할 것임 을 각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는 이제 국내 소비자만이 아니라는 것이 다. 이미 세계의 모든 벽은 무너졌으며 IMF는 우리의 유통 구조에도 철저한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