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폼」아닌-헌양복 뒤집어 새로 만들어 입기…조능식
1999-03-05 한국섬유신문
▼요즘 입던 양복(남성)이 좀 헐었다고 해서 아예 안팎을 뒤
집어 만들어 입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게 한가한(?) 양복
점도 없을 게고.
-그러나 60년대까지만 해도 이 「우라가에」(일본말=뒤집어
새로만든다는 뜻)를 곧잘 해입었었다.
양복조고리의 소매부리나 앞섶이 좀(치흐치 나갔을 때 양복
점에 갔다주면 「안감」까지 새로 싸악 고쳐줬었다.
이렇게 「우라가에」를 하면 한두군데 <흠>이 생겼다. 조고
리 왼쪽에 있던 단추구멍이 오른쪽에도 하나 더 생겼고 조고
리 「윗포켓」도 오른쪽으로 가 붙게 됐다. 그래서 아예 저
고리 양쪽에다 단추구멍을 뚫어(실타래子의 경우) 놓곤 단추
두개를 한데 엮어 양쪽으로 끼어 입을수 있게 만들었다.
조고리 윗포켓도 양쪽에다 만들어 붙여 언뜻 보면 모를 정도
였다.
-보기에 따라선 그것이 오히려 <유행>같다고들 해서 웃었
다.
▼「우라가에」가 아니라 남·여간에 유행이 지났다거나 헌
옷을 약간 손질해서 좀 새로운 감각으로 고쳐입는 따위를 요
즘 「리폼(REFORM)」이라고 한다.
IMF는 아니었지만 예전 우리 가정에선 곧잘 볼수 있었던 일
이다.
그러나 이젠 진짜 IMF의 된서리가 몰아닥치자 낮잠
자던 양복수선가게나 구두수선가게등이 단연(?)활기를 띠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그렇게 흥청망청 사들이고 그렇게 마구 버리며 “소비는 미
덕”이니 뭐니 지꺼려대더니 이제야 물건 아깝다는 「검소한
절약정신」의 재발견을 일깨워 준셈이고 보면 그런대로 IMF
는 버릴 자식만은 아닌것 같다.
▼위에서 말한 「리폼」에 대해 약간 설명을 가해보자.
리폼이란 양복이 몸에 잘 맞지 않다거나 마음에 안드는 곳을
약간 고칠때 쓰는 말이다.
기성복의 소매길이나 바지길이를 주리고 늘리는 의미에 쓰이
는 수가 그것이다.
건축용어(建築用語)에서도 이를테면 「<주방>을 리폼해서
시스템 키친으로」-등등으로 쓰이곤 한다.
리폼의 뜻은 「개조, 개량, 개선, 혁신, 교정, 쇄신, 정정」한
다는 등이다.
원래 「리폼」이나 「리포메이션(REFOMATION」은 양복을
고친다는 것보다는 정치적, 사회적, 제도, 법률, 조직, 시대풍
조, 분규사태(紛糾事態)등 큰문제에 대한 개혁이나 쇄신에 들
어맞는 말이다.
미국어로 「리포머트리(REFORMATORY」란 「감호원, 소
년원」의 뜻이고, 프랑스어의 「라·레포룸(LA REFORME)
」하면 16세기의 「종교개혁」을 지칭하는 것.
▼리폼이란 말은 원래 라틴語의 「레폴머레(REFORMARE)=
다시 만들다. 재편(再編)한다」등으로 프랑스어를 거친 영어
다.
-일본에서 이말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초이고 우리업
계에서 복식용어(服飾用語)로 리폼이란 말을 도입한 것은 얼
마 않된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양복의 안팎을 뒤집어 새것처럼 만드는
것을 일본말로 「우라가에(裏替=리체)」라 한다 했지만 당시
엔 장안의 나로다-하는 멋쟁이(?)들도 흔이 <우라가에>를
해서 입었다.
-물론 좋지못한 「양복천」이라면 몰라도 외국산 천이라면
우라가에를 해도 감쪽같았다.
실타래子도 마음에 드는 양복이 헐어서 <우라가에>했던 것
이 지금에도 한벌 있다.
그런데 그 양복에는 이상하게도 정이 가며 애착같은 것을 느
끼게 된다.
여러가지로 어려웠던 세월인지라 좀처럼 잊지못할 추억들 때
문일지도 모른다.
-영어에서 의복고치는 것을 「얼터(ALTER)」 혹은 「리메
이크(REMAKE)」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