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중남미 진출 염색업체들에 고함
2004-08-11 김임순 기자
우리나라는 작다.
거기다 천연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국가다.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 영원히 우리 자손 만대에 걸쳐서 이 좁은 땅에서 生을 영위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욱 잘살아보려고 세계만방에 뛰어다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잘 살수는 없다. 전 세계가 모두 가족처럼 한국인의 긍지를 심어주면서 인식을 넓혀야 할 때다.
최근 중남미에 진출한 국내 중견수출업체는 한국인이라는 이름에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며 한숨 섞인 하소연을 했다.
중남미 중에서도 과태말라 경우 몇 해전 조폭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데다 일부 몰지각한 기업인이 현지 진출했다가 임금도 주지 않고 야반도주를 한 사건도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 한국인들을 한꺼번에 수렁 속으로 밀어넣은 것과 같다. 한국인으로 실로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흔적이다.
당시 중남미 속에 작은 국가 과태말라는 생산제조 설비를 적극 유치하면서 아시아 각 국과 유럽 등지의 기업들을 적극 유치해 나가면서 국내 기업들도 인건비와 제조원가 상승으로 견딜 수 없게 되자 기업환경이 나을 것으로 본 중남미로 대거 이동해 가면서 우후죽순으로 확산됐다.
중앙아메리카 각국들은 과거 몇 차에 걸친 한국기업인들의 파렴치한 행동을 기억한다. 과태말라 정부는 한국인에게는 비자발급을 꺼려하는 경향마저 보인다는 것.
기업하는 사람이나 기업 속에 일하는 직업인들이나 사고는 마찬가지다. 지금 하나의 실오라기 같은 실수가 나중에 전체를 매도하는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물론 한솔과 같은 의류수출회사 경우 상당히 다르다.
과테말라에 생산공장을 건설한 이후 현지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면서 그 마나 상실된 이미지를 불식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다.
한솔은 미주시장을 주요 타켓으로 삼는 업체로 물류비가 적게들고 쿼터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이점과 인건비가 싸다는 점에 중남미 지역에 매력을 느끼고 진출했다.
그 속에서 나의 자존심과 한국인으로 자부심, 스스로를 다스리며 인류에 기여하는 생각을 갖고 기업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최근 한국인들에 대한 상당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중남미진출에 따라 온두라스에 대거 한국의 염색전문 가공공장들이 들어선 것이다.
가공공장들은 초창기 신설비 도입과 공장건물의 건설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가운데 입주와 함께 본격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각 기업의 오더기근으로 어려움에 직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가동률에서 급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가공할 재료는 없는데 공장이 너무 많이 건설된 것도 원인이다.
이는 갑작스런 호기에 떠밀려 치밀한 기획도 없이 추진했다.
물론 여기에는 의류 봉제업체들이 오더를 주겠다는 달콤한 말로 과잉 경쟁시킨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업체들은 뒤도 견줘보지 않고 성급하게 진행했으며, 누구보다 먼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던 거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남의 장단에 맞추어 춤추는 피에로와 같은 사람이다. 그런 삶은 자기 삶이 아니다.
삶은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가보다 무엇을 이루려고 마음먹고 얼마나 철저히 이 뜻을 이루려 노력 했는 가로 평가받는다.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은 자존심을 버린 사람들이다.
공장을 이국만리에 짓는데도 순간의 이익만을 쫓은 결과다. 자기 스스로가 자기의 格(격)을 존중하지 않는데 누가 그 사람을 존중해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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