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바이어와 은행……박정윤
1999-02-27 한국섬유신문
PET직물업계의 적자생존은 2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타사
(他社)와 철저히 차별화된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이고, 둘째는
누가 양질의 바이어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
다. 특히 이 두 가지는 성수기때보다 비수기와 불황이 맞물
리면 그 위력이 더해져 업체의 생(生)과 사(死)를 좌지우지한
다.
요즘 바이어들의 횡포가 날로 심각성을 더해 가고 있다. 언
페이드를 무기로 국내 직물업계 목을 조이고 있는 것이다.
직물업체로써는 언페이드가 치명타다. 그래서 국내 직물업체
들은 제품에 하자가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즉각 취한
다. 문제는 바이어들이 제품을 확인치 않고 다큐먼트상의 하
자를 들어 일방적인 언페이드를 치는 것이다. 이같은 횡포는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며, 국내 중소직물업체들은 바이어
의 보복(?)이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언페이드 요구를
들어준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바이어 뿐만 아니라 수입업체 오프닝
뱅크까지 가세해 국제무역 상거래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것
도 국제적 신용도를 자랑한다는 은행이 앞장서고 있다.
최근 스페인 멜리라(MELILLA)지역서 적발된 페미텍스
(FEMITEX)와 L/C개설은행 BANCO BILBAO VIZCAYA
MADRID의 합작품은 국제무역 거래상 있을 수 없는 작태를
보여줘 국내 직물업계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바이어가 L/C상 하자를 이유를 들어 언페이드를 치자 국내
직물업체는 고민 끝에 바이어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통보를
팩스로 주고받는 와중에 물건은 이미 바이어 손에 넘어간 것
이다. 이는 선사가 B/L없이도 물건을 내 줬다는 강한 의혹을
사고 있다. 이 문제가 국내 직물업계에 충격을 더한 것은 바
이어뿐만 아니라 페미텍스(FEMITEX) L/C개설은행인
BANCO BILBAO VIZCAYA MADRID가 연루돼 있다는 것.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고 상거래에 있어 상호 보증의 역할을
해야 할 은행의 이같은 파렴치한 국제적 범죄행위에 직물업
계는 「세상에 믿을 놈 한 놈도 없다」며 치를 떨고 있다.
페미텍스는 잦은 언페이드로 국내시장을 교란시키고 또 정상
가로 구매한 바이어보다 보다 낮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이득
을 취하는 악덕 바이어의 전형을 보여왔다. 이 때문에 양질
의 바이어도 국내 직물업체에게 수출가를 인하해 달라는 억
지를 부리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동안 그러려니 하고 일과성으로만 대응했던
국내 직물업체들로 하여금 철저한 대응만이 살길이라는 교훈
을 던져주고 있다. <박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