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있는 섬유인의 눈물겨운 노력……정기창

1999-02-23     한국섬유신문
국내 섬유류 생산기반을 살리고자 하는 섬유인들의 노력이 눈물겹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원화 평가절하의 호기에 힘입 어 많은 업체들이 해외 생산기지를 국내로 철수하려는 움직 임을 보이고 있고 일부 업체는 이미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비단 자금있고 능력있는 업체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 다. 이니셜만대도 알만한 몇천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 는 섬유류 전문 기업에서부터 단순히 1∼2백만달러에 수출에 그치는 소규모 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생산기지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는 뜻있는 기업인들은 생각보다 많다. 스웨터를 전문으로 수출하는 모 업체는 국내 스웨터 생산 공 장을 살리기 위해 늘어나는 오더만큼 공장 설비를 늘리지 않 고 대신 자금 여력이 없고 내수 시장이 죽어 오늘내일 도산 만 기다리고 있는 공장들을 협력공장화시키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협력공장으로 편입되면 제품 품질에 대한 관리를 해 줄 뿐만 아니라 설비 자금을 지원하고 1년간 풀 캐퍼로 공장을 가동 할 수 있는 수출 물량도 확보해 준다. 이 업체는 그동안 많 은 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해외로 이전시켜왔던것과 대조적으 로 국내 시설 투자 및 인력 개발을 꾸준히 추진, 수천만 달 러에 이르는 수출 금액 전부는 우리의 달러 벌이 대가로 고 스란히 적립된다. 뿐만이 아니다. 연 수출이 채 1백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어느 업체는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15%에 이르던 마 진을 포기하고 이보다 박한 10%정도의 이윤밖에 남지 않는 국내 생산을 선택했다. 이들 업체는 국내 생산기반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고 있다. 섬유류, 특히 의류 완제품의 경우, 원자재 해외 의 존도는 60∼70%까지 이른다. 아무리 환율이 유리하게 돌아 가도 결국 벌어들이는 돈의 대부분은 또다시 달러형태로 바 꿔져 외국으로 새 나간다. 그뿐이랴. 요즘 우리나라에는 많은 해외 바이어들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의류 생산 업체들을 기웃거리고 있으나 이들에게 내줄 물건을 생산할 수가 없어 땅을 치며 후회하는 사장들도 여럿 있다. 이같은 생산기지 공동화는 결국, 섬유 전문 인력 양성 및 기 술 개발에 큰 장애물이 되고 섬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은 요원해질 뿐이다. 여타 산업처럼 떼돈을 만지고 배 두드리며 살만큼 여유도 주 어지지 않은 섬유인들이 자기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내 생산 기반을 살리고자 하는 노력은 그래서 높이살 만하다. <정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