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디자이너와 1시간] 최복호

삶과 죽음의 역설적 메시지…知的인 컬렉션에 갈채긴장감 넘치는 위트와 파라독스 ‘근원은 자연주의’

2004-10-08     유수연
화려한 패션쇼를 보면서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지난 2일 경주 문화 엑스포의 초청디자이너 최복호씨의 쇼는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우연히 몸담게 됐을 뿐인 우리의 현재의 공간. 모든 집착은 허망하다. 그러나 결국 우리가 진정 누구인지를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몸을 점하고 있는 ‘옷’이라고 하는 역설적인 메시지. 어쩌면 그는 모든 면에서 패션 디자이너라기 보다 퍼포먼스 연출가나 시인, 혹은 철학가라는 이미지가 더 어울릴지도 모른다. 73년 ‘의처증 환자의 작품 D’라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일찍부터 고발 의상에 관심을 가져왔던 그의 이력이 그렇고, 95년부터 매년 지구의 날 행사에 환경 퍼포먼스를 통해 자연 회복의 중요성을 끊임없이 환기 시켜온 사회 참여의식이 그를 그렇게 인식시키고 있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을때, 그는 아예 패션쇼를 진혼제로 컨셉을 바꿔버렸다. 사람들의 옷이 모두 하늘로 승천하는 마지막 장면으로, 모든 관객들을 펑펑 울려 버렸을만큼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쇼에는 항상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따뜻한 생명체처럼 휴머니티가 흐르고 있다. 이번 경주 문화엑스포 초청쇼에서도 삶과 죽음의 의식이 화려한 금박과 문양으로 휘감은 무희들에 의한 연출과 강한 프린트와 전통적 문양, 각종 컬러와의 믹스매치에 깔끔한 실루엣이 밀려나오는 컬렉션의 하이라이트, 실밥들을 터실터실하게 노출하는 위트와 파라독스를 잊지 않았다. 아무튼,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그의 자연주의에 근간한 그의 사상은 또다시 과거의 순수함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정제된 패션으로 새롭게 피어났다. 퍼포먼스를 통한 자연과 인간의 카테고리를 행위적 패션 쇼로 연출, 옷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게 하는 그의 컬렉션은 어떤 의미에서 상당히 知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기발한 발상이 만들어내는 패션 철학과 신념을 들어본다.

―패션쇼를 보면서, 한편의 연극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아무튼, 뭔가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듯한 여운속에서 직접 주인공과 대화를 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매번, 이런 패션쇼와 퍼포먼스를 믹스하는 이 새로운 시도들에 대해 일단 설명을. ▶누구든 살아가는데 있어, 자기 이슈가 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소득은 없어도 자기정신을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바로 그런 것 이죠. 특히, 거리문화가 없는 우리나라의 풍토에서 쇼윈도우를 박차고 거리로 뛰어나온 패션. 모두가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패션 문화라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저는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모든 본질직인 문제들에 대해 다시한번 확인시키고 싶었을 뿐입니다. ―사실, 전달하는 메시지가 강한만큼, 추구하는 패션세계도 난해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제로 옷 자체는 전혀 의외라고 생각할만큼 심플하고 모던하게 표현되고 있어 고객의 반응이 상당히 좋을 것 같은데. ▶하하. 그런가요? 하긴, 제 옷에서 색깔을 느낄 수 없다는 얘기를 더러 합니다. 하지만 눈에 확 띄고, 디자인이 별스럽다고 해서 색깔이 있는건 아니죠. 저를 비롯해 지역 패션계의 해외진출이 부진하고 불황에 유난히 허약한 이유는 패션은 예술이라는 사고에 얽매여 이미지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사실, 예술과 상업성이라는 것은 공존하는 것이지 대치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패션에도 통계와 수치같은 과학적 기초자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디자인 기획 하나도 철저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진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의미에서 저는 옷은 보편적이면서도 광범위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트레이드 마크인 꽁지머리와 넉넉히 웃음이 배여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예술가인데, 실지로는 상당히 컴퓨터와도 친한 ‘진화된 현대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홈페이지에 올리는 컬럼도 상당한 글솜씨라서. 혹시 어릴 때 꿈이 작가가 아니셨는지. ▶하하. 물론, 수치에 그리 밝지는 않아도 89년 디자이너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CAD시스템을 도입, 신속한 맞춤공급이 가능한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했죠. 시대를 미리 앞서서 준비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