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ROUGH)하다는 이야기……조능식
1999-02-16 한국섬유신문
▼유행이란 참으로 변화무쌍하다. 거기다 문화적인 면에서도
의상에 대한 기호(嗜好)는 때에 따라 종잡을 수가 없다.
원래 육체를 보호하는 의복으로서의 역할이 언제선가부터 내
면의 감정(感情)을 주장하면서 때로는 울부짖듯 거칠게 표현
하러 들기도 했다.
의복(衣服)의 모양을 본딴 <오브제>로서의 의복-예술과의
접점(接点)에까지 다다르곤 했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듯 그러한 주장을 물리치기나 하듯 가볍고,
부드럽고, 수수한 의복을 찾으려는 경향이 지난 97년 파리콜
렉션등에 나타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어느 때는 <실크>와 같이 부드러운 천들이 유행했다가 좀
있으면 거친듯 싶은것들이 선을 보이곤 한다.
패션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정장(正裝)이 압도적이었다
가 캐주얼한 복장이 평상복으로 자릴 잡곤했다.
그러다가도 러프(ROUGH)한 스타일이 간혹 시선을 끌기도
한다.
복식용어(服飾用語)로서의 러프한 스타일이라면 「긍정적」
으로는 「정장에 가까운 반듯한 차림새보다는 편안한데다 스
스럼없는 모양새로 그러나 어떤 종류의 미적감각(美的感覺)
은 잃지 않은것」을 일컫는다.
그러나 「부정적」으로 말하면 「장소나 때를 가리지 않은
약간 <조야(粗野)>한 모양새」를 가리킨다.
▼대체로 근세에 들어오면서는 복식(服飾)의 경향이 편안한
데다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개성적이며 기능적인 <차림
새>의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어 오히려 <러프>하다는 쪽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수가 많다.
따라서 러프한 스타일은 「캐주얼」 「스포티」등의 표현과
도 어느정도 상통한다.
이를테면 디자인화(畵)등에서 소묘(素描)를 <러프스케치=밑
그림>라 함은 다 아는 바다.
직물(織物), 편물(編物)등의 용어(用語)로는 옷감이나 천의 표
면이 거칠며 요철(凹凸)이나 <보풀>이 있어 윤기가 없고
투박하다」는 등의 의미다.
▼일반적인 러프의 뜻이라면 ①표면의 감촉이 거칠다 두툴
두툴하다 ②털이 부슬 부슬 돋아나 있다 ③조잡하고 상스럽
다 ④잘 다듬어지질 않은 채다 ⑤보기에도 얌전치가 못하다
⑥미숙하고 미완성품 ⑦건성 건성으로 마무리지어져 있다 ⑧
대강 대강 손보다 ⑨괴롭다 너무 심하다 불유쾌하다──는
등이다.
▼그래서 「러프·트위드·스커트=ROUGH TWEED
SKIRT」라 하면 울이 굵은 모직물로 만들어진 스커트를 일
컫는다.
또 「러프 크로즈=ROUGH CLOTHES」라 하면 「허술하
고 변변치않은 옷」이란 뜻으로 통한다.
이 <러프>라는 말의 근원은 인구조어(印歐祖語)의 「레우=
REU」인데 의미는 「거칠다 허술하다」다.
또 다른 뜻으로는 「흐트러진 머리(頭髮)」를 일컫는다.
이것이 서(西)게르만語 「라워=RUH(W)A」가 됐다가 그것
이 고영어(古英語) 「러프=RUH」를 거치고 나서 현영어로
들어 왔다(現독일어는 러오=RAUH).
인구조어의 레우는 한편으로는 라틴語 「루거=RUGA」─즉
<주름> <구김살>이 됐다가 그대로 영어로 들어왔다는 것.
▼좀 비약하면 「넝마」나 「누더기」를 뜻하는 「래그=
RAG(원의는 찢다, 부수다」와도 통하는 <형제語>이기도 하
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