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개인차원의 개혁은 불가능하다……유수연

1999-02-16     한국섬유신문
삶은 개구리의 교훈 얼마전 한모임에서 만난 한국 패션협회 회장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에 대해 한마디로 지금까지 우리는「끓는 물속의 개구리였었다」는 말을 했다. 기업의 조직 학습력 여부가 경쟁의 우위를 결정하는 키포인 트라는 이론으로 미국 경영인들사이에 한때 화제를 불러 일 으켰던 이 비유의 주창자는 MIT 비지니스 스쿨의 피터 샌디 교수. 常溫의 물속에 개구리를 집어넣고 서서히 온도를 높여나가 면, 잠겨있던 개구리가 변화되는 환경의 위험을 감지 못한채, 서서히 삶아져 죽어간다는 이 교훈은 이른바 「Boiling frog 」의 자가당착으로, 지금 우리의 현실을 말하기에 너무나 적 절하다, 패션협회 회장의 이말은 주위의 환경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의식을 닫아버린채 학습불능상태 에 빠져 있었음을 뼈아프게 自認해야 하는 우리의 절박함과 같은 것이였다. 학습불능상태의 시행착오 우리는 도대체 무엇에 가리워져 아무 생각이 없었던 것일까. 거품이 얼마나 있는 것인지 그 깊이도 높이도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말은 우리에게 허탈감을 준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업 계든 단체든 어떤 수뇌부부터 관리직에 이르기까지 현재 자 신이 처한 입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누구보 다도 빨리 의식하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개혁안을 내놓고 실행시켜 나가는데 있어 지 금 필요한 것도 눈을 크게 뜨고, 세상의 변화를 관찰하려는 조직과 멤버간의 의식개혁이다. 그러나 아직 조직속에는 과거의 경험만을 믿고 자신의 현재 방법이나 스타일에서 단 한발짝도 움직이려 하지 않는 사람 들이 분명히 있다. 과거의 체질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은 과거의 자신의 경험만을 신용하여 이론이나 기본 원리의 존재를 실 무세계에서 인정하려 들지 않는것이다. 자기 학습욕이 없는 개구리와 같은 시행착오와 같은 위험요 소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공동의식 그러나 아무리 개인이 의식개혁을 한다고 해도, 그사람이 소 속되어 있는 단체나 기업이 고질적인 대기업병에 빠져있으면 개인의 행동 역시 제한되어 버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런 이론은 원칙적으로 시스템적인 사고의 개혁이 서포트되어주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3년이든 5년이든, IMF가 걷히고 난후를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남은 것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없었고, 그것을 실 행하고 검증해주는 제대로 된 기관도 없었다. 바이어와 매장과의 협력을 비롯하여 사입처와 봉제공장, 염 색공장, 텍스타일 메이커등 모든 관련업체와의 연계의 필요 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목청을 높여 왔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입다물고 있었던 것 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태에 보다 정확히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 크고 작은 팀단위의 학습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이제 생존의 문제이 고, 다급해진 발 등의 불. 패션의 강점은 조직력 파리의 패션은 엄밀히 말해 품질이라기 보다는 이른바 그 체 제의 완벽함과 브랜드 네임밸류에 의해서 지탱·발전되고 있 는 것이다. 근대공업의 발전에 커다란 공헌을 해온 자본력, 고도의 근대 기술, 효과적인 기계설비등은 여기에서는 그다지 커다란 역 할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전통, 인간이 갖는 우수한 창조 력과 숙련된 기술, 거기에서 단체와 조합차원에서 쌓아 온 권위와 이미지등이 부가가치의 원천이자 사업의 발전을 추 진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또한, 이 산업에서 주역을 맡고 있는 것은 근대공업을 좌지 우지 하는 대기업이 아니였다. 재능과 아이디어에 넘치는 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숙련된 노동자들, 많은 영세기업들의 역할과 조화가 중요했던 것이 다. 이런 견혜에서 보면, 패션비지니스는 그 오랜 전통과 역사, 비근대적으로도 보이는 구조속에서 현대와 미래를 이리저리 탑재시킨 그야말로 완벽한 이미지 산업으로서 모든 업계와 단체가 조화를 맞춰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우리는 끓는 가마솥속에서 맨날맨날 일장춘몽만 꾸 고 있었다니 생각할수록 기가 막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