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AA, 12월 컬렉션 미리읽기

‘Looking for 04 Spring&Summer ’순수예술서 얻은 “리조트&릴렉스”

2004-11-26     유수연
대부분의 참가 디자이너들은 한결같이 60년대와 70년대의 경제 호황기를 추억하는 컬러와 실루엣에 포커스를 둔 페미닌적 스타일에 주목, 자유롭고 편안한 무드를 무대에 올리고 있다. 자연주의의 시작은 역시 한혜자씨의 컬렉션에서 많이 찾아 볼 수 있는데, 그는 몇 년전부터 돌과 이끼 광석의 거친표면, 바위위로 송글송글 맺혀있는 이슬등의 섬세한 표현에 매료되어 있다. 전체적인 트렌드의 실루엣은 미니멀이지만, 프릴, 러플, 드레이프, 그리고 어깨와 등을 크게 파낸 디자인의 피트&플레어의 귀여운 이미지. 특히 주목을 모으는 진태옥씨의 컬렉션은 모던하게 변주된 뉴 로맨티시즘에 조명을 맞춰 클래식한 복식해석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믹스매치의 기법을 기대케 한다. 또한, 릴랙스와 리조트를 지향한 최연옥씨의 쇼에서는 코발트처럼 영롱한 베네치아의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시리도록 투명한 빛과 색을 가득담아 이미지를 만들고 싶은 디자이너의 마음이라고 할까. 한편, 예술가의 영감을 옷으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는 디자이너도 적지 않다. 오리엔탈 문화의 정점을 이뤄 자연주의 민족적 엘레강스를 표현한 김삼숙씨는 프랑스의 작가 쥘르슈레의 오를로즈 극장의 공연포스터에서 착안했다. 억제되지 않은 에너지, 자유로운 감성, 극적인 스포츠룩과의 결합이 긍정적인 그의 내면의 세계를 볼 수 있을 듯. 이런 맥락에서 박동준씨의 컬렉션은 거의 순수예술을 지향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나 한폭의 그림을 보는듯한 편안함에서 이번에는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의 강렬하고 독특한 세계를 옷으로 옮겼다. 에스닉하면서도 혁명적이고 중성적이면서도 페미니스트적 요소를 안고 있는 화가의 스타일에 매료된 패션디자이너의 내면세계는 어떨지 자뭇 흥미진지해진다. 이런 컬러와 이미지의 강렬함은 이상봉씨의 무녀에 대한 심미안도 빼놓을 수가 없다. 파리컬렉션 무대에도 올려 박수와 갈채를 받은 한국적 샤머니즘의 섹시함. 컬러와 이미지의 그 극한 상황대비가 트렌드와는 또다른 크리에이티브성으로 다가온다. 이에 비해 박항치씨의 컨셉, ‘고갱의 여인들’은 훨씬 이해하기 쉽다. 파레오를 걸친 타이티의 여인들의 평화로움. 편안한 실루엣을 기본으로 스트링작업을 통해 액센트를 준 세미캐주얼의 세계를 제안한다. 아무튼 04의 SFAA 컬렉션에서는 로우 웨이스트로 절개한 러플과 플리츠를 넣은 롱 토르소 라인도 기대되고 있으며, 저지의 오버 사이즈의 톱스에 슬림 팬츠와 사르에르 팬츠를 겹쳐 있는등 루즈 라인이 대거 선보일 듯 하다. 소재의 중심은 단연 쉬폰과 저지. 코튼과 린넨의 트위드 등을 비롯해 오간자와 새틴도 많이 보였지만, 새틴에 튤과 쉬폰, 오간디를 매치시켜 넣은 스타일도 두드러진다. 또한, 손뜨개와 같은 레이스와 커트 워크 레이스는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최대의 디테일. 이외에 크고 작은 스팡클과 라메 꽃무늬 프린트도 아련하게 노스탈지아를 자극하고 있다. 수채화와 같은 푸르름과 스모키한 핑크, 베이지, 화이트, 그레이의 밝고 화사한 수채화 그림과 같은 이미지도 나오고 있으며, 홀터 넥과 캐미솔 드레스의 목둘레를 장식하는 테이프와 에나멜 벨트, 큼직한 버튼 디테일, 웨이스트 라인에서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리본등이 페미닌할 듯. 남성복으로 장광효씨는 가볍고 헤지한 감각의 차가움과 따뜻함, 스타일은 레트로 클래식과 캐주얼 감성, 기능성이 한층 강조된 스포티 워크, 두가지를 표현하고 있다. 컬러 키워드는 전체적으로 톤다운된 컬러로 빛바란 사진, 동화성의 감성. 앤띠끄한 골동품에서 느껴지는 색감등의 클래식속에서 어떤 고귀함이 재발견될지도 모르겠다. /유수연 기자 yuka316@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