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공멸의 씨 신용공항……박정윤

1999-02-11     한국섬유신문
IMF시대의 신교훈은 달러의 귀중함과, 현금 우선의 기업문 화가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IMF의 고귀한(?) 가 르침에 모든기업은 돈줄이 막히는 돈맥경화증에 시달리고 있 다. 한마디로「기업=신용=대출」로 이어지는 기업 신용사회가 이제는 불신의 아우토반을 고속 질주하고 있다. 기업문화에 있어 「어음=신용」거래는 옛말이 된지 오래고 「어음=불신」의 신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바로 옆에서 공 존공생하던 우리 이웃 업계들이 겪고있는 IMF한파이다. 이 는 섬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섬유업계중 PET직물 원청업체와 제직과 염가공 등의 임하청업체, 염료업계와 염색업체, 의류업체와 텍스타일컨버 터업체 등 각 스트림간 통용됐던 어음결제가 이제는 생각조 차 할 수 없는 극한상황까지 치달았다. 그간 적게는 1∼2개월, 많게는 6∼8개월의 어음결제가 직물 업계를 비롯한 섬유산업의 큰 버팀목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제 어음은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이런 어음불신 풍조는 섬유본산지이며 영세업체들이 많은 대구지역이 극심 하다고 한다. 대구지역 임하청업체들은 원청업체들로부터 작업오더를 받기 전 선수금 및 현금결제를 요구하고 있고, 현금결제가 선행안 될 경우 아예 작업오더를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작업을 하 다가도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빈번해 지고 있다. 신용결제가 파괴돼 생산활동이 마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때문에 도미노적인 생산라인 붕괴 등 연쇄도산이라는 악순 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물론 영세 임하청업체들은 환율상승에 의해 환차손, 금리 3 배 인상 등 인건비를 동결하더라도 수지타산을 맞추기가 어 렵다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나 L/C가 개설되고 제품이 선적되야 현금확보가 되는 일부 중소직물업체들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서 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다 보면 동반자살로 갈 수 밖에 없다. 반면 현금확보가 용이한 업체, 직물대기업들은 보다 빨리 완 제품을 제때 선적할 수가 있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중되 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신용공황상태가 지속될경우 납기를 못지켜 바이어 이탈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직물업계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하 부구조 개미군단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혹독한 IMF한파에도 T.H섬유, 광덕섬유, 하제교역 등이 따 뜻하게 보낼수 있는 이유가 바로「빚으로 사업하지 않고 어 음결제는 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경영임을 되새겨 볼 일 이다. <박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