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달아 밝은달아 “이태백”이 노던 달아
1999-02-09 한국섬유신문
▼1년중 제일 밝은 달은 음력 8월 「추석=(秋夕)」 한가위의
대보름달이다.
하늘이 드높은데다 오곡백과가 물어 익어 인심은 후해지고
오가는 정이 둥근 달같이 모남이 없다.
<추석 대보름 달>을 섬기는 것은 아무래도 결실의 풍요로움
과 고마움과 기쁨에서일 게다.
그렇다면 정월(正月) 대보름달에겐 새봄을 맞아 한해를 무사
하고 건강하게 이끌어 줄것을 <소원>으로 <부럼>을 까고
치성을 드리는 것이리라.
-우리는 어려서부터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아태백이 노던
달아 계수나무 박혔으니 은독기로 다듬어서 금독기로 캐어
내자…”고 달에 대한 동경과 신비를 품어 왔었다.
▼동서고금의 문인묵객(文人墨客)들도 달에 대한 작품들을
적지 않게 남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의 이백(李白=701~762)은 「달의 시인」이
라할만큼 달에 대한 숱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백의 자는 「태백(太白)」, 호는 「청연거사(靑蓮居士)」다.
어려서부터 방랑기질이 많던 그는 42세때 <현종황제>에게
그 시재(詩才)를 인정받아 「궁정시인」이 되었으나 자유분
방한 성격 등이 화근이 되어 장안에서 쫓겨나 다시금 방랑길
에 올라 <술>과 <시>로 세월을 보냈다.
그의 시는 마치 천마(天馬)가 하늘을 달리는 것과 같다고 일
컬어질 정도의 <천재성>을 지닌다.
여기 이태백이 읊은 <달과 술>에 얽힌 「월하독작(月下獨酌
=달 아래서 홀로 잔을 들며)」이라는 시 한수를 소개하여
<정월 대보름달>에게 부치련다.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꽃 속에 묻혀 한 동이 술을 놓고).
독작무상친(獨酌無相親=홀로 잔 기울이는데 벗하나 없구나).
거림요명월(擧林邀明月=높이 잔 들어 명월을 맞이하니).
대영성삼인(對影城三人=달과 나와 그림자와 셋이 되었다).
월기불해음(月旣不解飮=달은 원래 술을 마실 줄 모르고).
영도수아신(影徒隋我身=그림자는 나를 따라 다닐 뿐).
잠반월장영(暫伴月將影=그래도 잠시 달과 그림자를 벗삼아).
행락수급춘(行樂須及春=봄날의 즐거움을 누려 보려 하노라).
아가월배회(我歌月徘徊=내가 노래하면 달빛도 춤을 추고).
아무영능란(我無影凌亂=내가 춤을 추면 그림자도 땅에서 흔
들거리네).
성시동교환(醒時同交歡=깨어 있을 때 우리 셋은 기쁨 함께
나누지만).
취후각분산(醉後各分散=취해서 잠들면 제각기 흩어지려니).
영결무정유(永結無情遊=언제까지나 세속을 떠나 사귐을 맺자
고).
상기막운한(相期邈雲漢=머나먼 은하에서의 재회(再會)를 약
속한다).
▼이태백은 <달의 시인>이지만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주선
(酒仙)이라 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특히 술잔을 든 자기자신과 <달>과 <그림자>와 셋이서 한
데 어우러져 노니는 멋진 표현은 곧 「자연」과의 교우(交
友)이며 일체감의 극치다.
또 「한수」가 있다.
「내게 물어 말하되 “어찌 해 푸른 산에 사는가”(問余何意
棲碧山=문여하의서벽산), 웃을 뿐 대답 안해도 내 마음 한가
롭다(笑而不答心自閒=소이부답심자한). 복숭아꽃 물따라 멀리
흘러 가노니(桃花流水遙然去=도화유수요연거), 속세와는 또
다른 별천지가 여기 있도다.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
간)-
▼이 시는 속세를 떠나 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탈속의 경지
를 노래한 것이다. 가라사대 「산중문답(山中問答)」이라는
유명한 것.
-「정월대보름」이 내일 모래다. 그러나 우리는 속세를 떠나
그렇게 살수는 없다.
-다만 정신적 여유로움만은 새삼스럽게 부럽기 한이 없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