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를 호재로
1999-02-09 한국섬유신문
외환위기와 환율폭등이란 회오리 속에서도 섬유산업만은 중
심을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이다.
오랜 경륜과 노하우, 우리 민족만의 섬세한 손길이 섬유수출
입국에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까닭에 고환율시대를 적절히
이용만 한다면 최소한 흑자기조는 유지할수 있다는게 섬유업
계의 일반적 입장이다.
그러나 무지한(?) 일각에서는 『고환율이 섬유산업의 경쟁력
을 20∼30% 가까이 끌어 올리고 있다』며 벌써부터 「다홍
치마론」을 펼치고 있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 아니
할수 없다.
섬유산업의 껍질을 벗겨보자.
원자재가격, 수출금융금리, 외화대출 원금 및 대출이자, 에너
지가격 등 중소섬유업체의 아킬레스 건 격인 경영요소는 모
조리 폭등 일색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섬유업계의 금융비용은 지난해의 두배이
상에 족히 도달하고도 남을 지경이다. 어림잡아 15%이상의
금융비용을 부담하는 업체가 부지기수 일성 싶다.
그뿐인가.
직물의 실탄격인 원사를 구입할 때도 외화로 결제하고 있어
고환율에 따른 원가부담요인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모든 지원정책, 결제관행 등은 항상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열악하게 돼 있다.
줄 것은 현금이요, 받는 것은 어음이며 그나마 어음은 늘어
지기 일쑤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무슨 수로 중소섬유업체가 살아남고 수출
확대에 주력한단 말인가?
다행히 한 가닥 희망은 있다.
섬유는 절대량이 수출품목인 만큼 고환율에 따른 환차익을
노려 볼만하다.
그러나 환율로 수출경쟁력이 20%이상 제고된다는 발상은 금
물이다.
앞서 밝힌 악재도 악재거니와 약싹빠른 바이어들은 고환율을
이용, 가격 치기로 맞서고 있고, 동남아 통화위기에 따른 이
지역으로의 수출감소와 대금 결제의 불확실 등이 또 하나의
악재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섬유업계는 이같은 악재와 호재를 철저히 분석, 수출
확대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 및 관계당국의 지원대책 없이는 이마저도 불발
로 끝날 공상이 크다.
수출업체가 안고 있는 제도적, 현실적 악재를 철저하고도 순
발력 있게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후회할 시간도 없고 후회할 일도 해서는 안된
다.
<김영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