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한혜자, 이젠 국제무대로 눈돌릴때

1999-02-09     한국섬유신문
『패션이 누구에게나 만만하게 보였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는 보다 전문화된 체제를 다져 세계무대 향해 본격적인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죠. 』 IMF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난국속에 국내패션의 리딩그룹 SFAA (서울 패션 아티스트 협의회)의 회장직과 개인 브랜드 「이따리아나」를 운영하고 있는 한혜자씨는 요즘 그야말로 공사가 다망하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이일 저일에 수없이 부딪치면서 「꿈을 보다 원대하게 갖아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곤 한다. 『일단, 지금까지 SFAA그룹은 국내시장에 패션의 붐 조성 을 하고, 컬렉션의 한 획을 긋는데 큰 역할을 해왔다지만, 실 질적인 바이어가 없었다는 것이 늘 문제점이였어요』 실지로 그는 작년 1월 취임이후 5월 SFAA컬렉션의 무대가 달라졌다. 이벤트의 다양성을 추구하여 패션의 문화적 이미지를 강조, 기존의 컬렉션에 생생한 활기가 부여된 것이다. 그런 한편에서 그는 바이어와 실질적인 수주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새로이 동분서주 움직여 왔다. 『통산부와 패션협회와 지속적인 접촉을 통해 SFAA그룹의 해외진출시 정부차원의 후원이 성사되려는 시점에서 IMF를 만났죠. 어의가 없더라구요.』 그러나 그는 비록, 불가항력적인 경제대란으로 모처럼의 계 획에 차질을 빗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국 내 패션이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탈피, 해외시장에로 과감히 나가야 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NY패션그룹의 협조를 얻어 미국에서 바이어 초빙의 그룹 살롱쇼를 열어볼까 해요. 물론, SFAA그룹 전체 차원은 아니 지만 몇몇 디자이너의 쇼를 구상하고 있죠. 더구나 이쇼는 개인적으로는 3번째 참가니까 자신도 있구요』 매사에 작은 것부터 차근차근 맞춰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디자이너들이 해외진출에 있어서 가장 문제점으로 「치밀하 지 못한 사전 준비」와 「지원의 비반복성」을 지적한다. 『84년 진태옥, 설윤형, 오은환, 이상열, 이신우씨 등과 처음 으로 파리컬렉션에 참가했죠. 당시 체류 1주일동안 에펠탑이 마치 괴물로 보일만큼 고생을 했어요. 사전지식이 전혀 없는 데다 수출경험도 전무한 상태에서 옷만 싸들고 가서 직접 다 림질 하고 전시하고, 옆에서 상담 들어오면 상담에 응하고... 아무튼 쩔쩔맸죠. . 』 그러나 그는 그 값진 경험을 철저히 활용했다면 지금쯤 확실 하게 「시장을 잡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아직까지도 이와 유사한 시행착오가 우리 주위에 엄연히 존 재하고 있음을 토로한다. 『컬렉션 준비는 늘 힘들죠. 경기가 너무 안좋아서 더 어렵 긴 하지만, SFAA쇼는 정기컬렉션인만큼 예산을 대폭 줄여 서라도 압축된 쇼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 입 니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SFAA그룹의 역량이 이제 결실을 맺으 려는 즈음에서 맞게 된 국가적인 시련을 또하나의 도약을 위 한 시험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마치 「모든 것은 불타는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끊 임없이 노력하는 지속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주듯이.. <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