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오은환씨

1999-02-05     한국섬유신문
내추럴한 컬러의 매쉬원단에 프린트믹스… 쉬폰, 레이온, 위 빙, 면소재에 버튼장식 포인트. 몸매를 드러내는 스타일에 디 자인은 언밸런스 넥라인.. 쭈글대는 링글드 원단등, 사용소재 의 특이성으로 매 컬렉션마다 신선한 충격을 주는 오은환씨. 「다소 통일성이 없더라도 자신의 세계를 골고루 체험하기 위한 작업의 시도가 바로 컬렉션」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소 재를 선택하고 보는 안목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는 패션디자이너인 자신을 장거리 선수로 비유한다. 『20대 어린 나이에 패션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친 구랑 약속했어요. 결코 남에게 화려하게 나서지 말고 고비 를 장애물 넘듯이 넘겨가며, 끊임없는 자기와의 싸움을 평생 의 작업으로 생각하자고..』 그렇게 오래 하다보니 이름도 나고 명성도 생겼으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거치면서 질주해 온 그도 요즘 알 수 없 는 공허함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닌,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과정에 있어서 항상 뭔가 개운치 않은 걸림돌이 느껴지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다시 유치원으로 가는 것 같은 기분」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것은 이제 포화상태로 밀려난 내수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에 로 나가야 한다는 절박감과 함께 느껴야 했던 DC브랜드 시 장개척의 한계성을 의미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디자이너 춘추 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디자 이너는 많지만, 정작 나이먹고 경험이 풍부한 진정한 디자 이너가 드문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과 함께, 수출시장개척 에 있어서는 「마치 돌파구 없는 문을 두드리고 있는 심정」 임을 토로했다. 그리고「어쩌다 밀어준다고 해도 늘 연습문제만 풀다 마는 꼴이였으며, 아무런 성과 없이 국내시장을 겨냥한 PR용 기사 로 활용되었던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는 말로 지속 성없는 지원정책과 무의미한 해외진출이라는 허점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디자이너는 우선 허황되지 않게, 자기개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제일이죠. 그렇지만, 이제 시대가 달라지고, 뭔가 확실한 비젼과 정보를 가지고 세계 무대로 전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대절명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는 현실적이다. 과장이나 허영은 절대 금물이며, 어느 한 부분만의 발전과 국제화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높고 험하게만 느껴지는 해외시장 진출의 벽을 느낄 때마다 비록 지금까지는 「안되게 되어 있으니까 안되는 것 」이라는 실망뿐이였지만, 이제 그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다 시 시작하는 장거리 선수의 마음가짐을 다지고 있다. 마치 「목표는 높지 않게.. 작은 것부터 신경을 써야 거창해 지는 것」이라는 그의 어린시절의 신념을 재다짐하듯. <유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