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섬유수출 촉진간담회 「옥의 티」
1999-02-05 한국섬유신문
지난달 21일 섬유센터에서 개최된 섬유수출촉진 간담회는 그
야말로 우리 現 섬유업계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일대
격론장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의 불안정한 환율 및 원자재 수급 문제
를 업계 최대 현안으로 제기했고 해외 인력 활용 및 병역특
례제도와 관련, 업계 현실을 무시한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시행에 대해 강도 높게 불만을 표시했다. 뿐만 아니라 섬유
각 부문을 대표한 참석자들은 통계적 자료들을 토대로 열악
한 업계 현실을 고발했으며 안일한 정부측 자세를 꼬집기도
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애로 타개를 위해 각 부문간 서로에게 필요
한 건의 사항들을 전달하는 등 활발한 의견 교환도 주고받아
이날 간담회는 짧았던 토론 시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
적이었다. 그러나 옥의 티랄까. 회의가 끝나갈 무렵, 업계를
대표해 나온 참석자들의 얼굴에 일말의 낭패감이 스쳐감을
느낄 수 있었다.
열띤 의견 발표가 있은 후 업계 대표들은 몇가지 정부 건의
사항들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측의 성의있는 답변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정부측 답변이라는
것은 극히 간단하고 짧으면서도 일과성 수준을 벗어나지 못
했고 답변 대부분의 시간은 정부 조직 개편과 관련된 내용에
할애됐다.
통산부가 사분오열에 직면, 섬유공업과 조직 자체도 존폐 위
협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관련 공무원
의 솔직한(?) 고백에 참석자들은 섬유공업과의 존립은 절대
필수적이고 섬유업계가 공동으로 섬유공업과 위상을 재고키
위해 활발한 건의가 필요하다는 결론도 이끌어냈다.
이 상황은 누가봐도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낭패감의 원인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
한 정부측의 안일한 일처리 자세에 있었다. 과거 局에서 課
수준으로 추락한 섬유공업관련부서의 위상은 분명 우리 섬유
산업 진흥을 위한 차원에서 보면 명백히 개악의 요소가 없지
않다. 따라서 섬유공업과가 존속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이 없
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간 업계의 끊임없는
요구나 건의사항들에 충실히 대응하지 못해 왔고 이날 간담
회같은 자리를 통해 그간의 불신을 만회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졌음에도 불구, 정부는 또다시 실기를 놓친 것 같아 씁
쓸하기 그지없다. 특히 이날 간담회가 갑작스레 급조된 자리
가 아님에야 충분히 답변자료를 준비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
측은 성의있는 답변 자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참석자들이 건의한 내용 또한 끊임없이 제기돼 온 문제들이
고 사전에 애로사항에 대한 파악도 가능했을 법한데도 말이
다. 설령 미처 거기까지 손이 미치지 못했다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성실한 답변 자세라도 보여야 하지 않
았을까 한다. 한 참석자는 간담회가 끝난 후 혀를 끌끌차며
섬유센터를 나섰다. <정기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