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 “인정미”와 “절약”이 몸에 뱄던 때가 있었다

1999-01-23     한국섬유신문
▼청빈상락(淸貧常樂) 탁부다우(濁富多憂) 라는 글귀를 좋아한더. -즉 깨끗하게 처신하며 올바르게 살 기 때문에 <가난>을 감수하며 오히려 <가난>이 고맙고 떳 떳해서 노상 즐겁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온갖 수단밥법을 가리지않고 부정과 불의로 옳지못한 금품을 모아(깨끗하지 못한) 부자(탁부)가 되었으나 일말의 양심 때문에 일상생활은 불안함이 떠나지 않아 늘 걱 정이 많다-는 뜻이다. 해방이 되고 얼마안있다가 6.25전쟁으 로 온 장안이 잿더미가 된 어려움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돕고 걱정하는 인정미가 있었다. 그런던 것이 어느날 갑자기 배속에 기름이 오른 졸부(猝富= 벼락부자 들이 되면서 그저 돈밖에는 모르는 가련한 <인간 상>으로 타락했다. ▼-사람은 살면서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한다-고 했다. IMF 의 매서운 회오리가 이렇게 세차게 몰아닥칠 줄이야 누구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국가가 국제적 신용을 잃고 부도사태에- 이르자 너 나할것 없이 지난날 자신들의 이기심이나 허영과 몰지각한 낭비와 과소비등에 눈을 조금씩 뜨면서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특하다면 기특한 그러한 현상들이 뻔히 눈에 보이는 요즘 이다. 뒤늦게나마 세상 뜨거운지 모르고 날뛰던 족속들에게 는 <경종>이 되어 차라리 이것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교훈이 됐으면 싶다. -<청빈>은 <청절(淸節)>과도 통한다. 가난하면서도 인간으 로서의 정직성이라든가 의리나 도리를 굽히지 않고 지조(志 操)를 지키는 것에 공통점을 찾아볼수 있어서다. 매일생한 불 매향(梅一生寒不賣香)이란 시귀가 딱 들어맞는다. 매화는 봄을 알리는 겨울꽃이라서 늘 춥고 가난(늙은 고목가 지에 피는 까닭에) 하지만 결코 그 고고한 향기를 팔지않는 다-고 해서다. ▼ 청빈 이란 단순한 가난이 아니다. 그것은 칼칼한 우리들 의 옛 선비정신 에 연유한다. 불의(不義)와 타협하지않고 부 정(不正)을 용납하지 않는 불굴(不屈)의 인간성에서 우러나는 사상(思想)과 의지(意志)에 의해 적극적으로 만들어진 간소 한 새활 의 형태인 것이다. -우리가 조금 잘살게 되면서 전에없던 잡동사니(?)를 이것저 것 갖게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갑자기 <소유욕망(所 有欲望)>과 부귀(富貴)를 쫓는 「노예근성」에 사로 잡히고 말았다. 졸부들은 이것들이 가장 영광(?)되고 인간다운 「덕(德)」인 냥 크게 잘못된 <착각>으로 빠져들었다. ▼<청빈>이란 말은 요즘 우리사회에선 완전히 죽어버린 「 사어(死語)」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얼마나 「고귀」한 말 인가보냐. <동화>에 이런 것이 있다. -사냥꾼이 <원숭이>를 잡으려고 <땅콩>을 가득 넣은 병에 다 굵은 끈을 매달아 놓았다. 원숭이는 옳다구나 손을 병속 에 넣곤 콩을 한움큼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을 병에서 빼려 니까 병구멍이 좁아서 나오질 않았다. 결국 원숭이는 <땅콩병>인 「덫」에 걸려 사냥꾼에 잡히는 신세가 되었다. 원숭이란 놈이 한웅큼 쥔 땅콩을 몇개만 집 고 손을 빼았더라면 살 수 있었던 것을 그 못난 <욕심>때문 에 <삶>을 망치고 말았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한번 <소유욕>에 물들면 「소유물 의 부풀림」만을 노리게 되어 결국은 금품에 가려져 눈뜬 장 님이 되고 만다. -가족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라던가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던 가 자비라던가-하는 인간으로서의 중요한 기본적 정신은 오 로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을 「긁어 모으겠다」는 <인색(吝嗇)>한 인간-자기자신밖에는 모르는 이기주의적인 파렴치한(破廉恥漢)이 되고 만다. ▼우리가 생활하는데 있어 필요한 물품의 「소유(所有)」란 최소한에서 만족할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정신적 활동도 자유로울테니까 말이다. “함렛”은 아니지만 <사느냐 죽느냐가 문제>라기보다는 IMF시대의 우리로서는 정신을 가다듬고 예전의 <인정> <인간다움>을 오늘에 되살려 <청빈>과 <청절>을 아끼고 사랑할줄 아는 훈련(?)을 다시해야 할 것만같다. 趙 能 植 (本紙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