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IMF를 향한 틴에이저의 반란

1999-01-15     한국섬유신문
세대간 의식의 차이 「저게 무슨새지?」 날아가는 철새떼를 바라 보던 한 할아버지가 무슨 생각이 들 었는지 느닷없이 옆에 서있던 학생에게 물었다. 푹 눌러 쓴 벙거지 모자에 긴머리로 얼굴을 뒤덮고 있던 그 학생은 갑자기 옆구리를 찔린 놀라움에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이어폰을 뺐다. 「저게 무슨새냐구.?」 「글쎄요...비둘기 아니예요?」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그 학생은 외면해 버리면서 상황은 끝났지만, 그때 그 자리에는 그의 달랑이는 귀고리를 물끄러 미 쳐다보고 있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그런 사소한 문제로 남의 음악감상을 방해하다니.. 참으로 어이없는 노인네」라는 표정을 하던 두사람사이에는 상호간에 절대로 이해할 수 없 는 엄청난 갭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해할 수 없는 철부지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구름떼같은 바지를 입고, 할 일없이 흐 느적거리고 다니는 애들을 보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들인지 궁금해 질때가 있다. 의협심이 강한 사람이라면, 「그따위 옷은 갖다 버리라」며 호통을 치기도 한다. 알지도 못하는 해외브랜드 이름을 줄줄이 꿰고 다니는가 하 면, 스타와 수퍼모델 이야기에 깜빡 죽는 그들은 어떻게 보 면, 완전「돈벌레」 그자체의 모습으로 한심하기 짝이없게 비쳐지기도 한다. 만약 부모가 「돈이 없다」고 하면, 「은행가서 찾으면 되지 않느냐」는 논리를 펼치는 이들 철부지들이 국가적 부도라는 어려운 말을 이해할 리가 없다고 혀를 차기도 했던 것이다. 자고 일어나면, 돈 쓸 생각만 하며, 늘 새로운 것을 찾아대는 그들의 변덕스러움은 이미 무시할 수 없을만큼 막강한 소비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물론, 어른들의 창조와 개발에 있어 무한한 아이디어 소스가 되어 주기도 하는 것도 사실이 다. 순수 토종을 강조하는 아이러니 그러나 요즘 그런 10대들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외산브랜드 배격운동이 그들의 중심에서 일고 있어 패션계의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촌스럽다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태극무늬가 그들 사이에 새로 운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가 하면 유행에 있어 새로운 내셔날리즘이 일고 있다. 다행인 것은 이것이 오기같은 애국 심에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미의식을 부여하고 있다는 것. 이에 외제인지 국산품인지 헛갈리도록 이름을 지어 얼렁뚱땅 장사를 해온 이들 브랜드들은 이제 자신이 「순수 토종」임 을 강조하는 광고를 터트려야 하는 시점에 이를 만큼, 소비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그러므로 패션업계는 또하나의 뜻하지 않은 기회를 맞고 있 다. 작년 연말 터져나온 IMF라는 엉뚱한 단어가 그들에게 「왜 소비절약을 해야하고, 왜 국산품을 써야하는지」에 대한 명 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충동구매는 하지 않지만, 냉정히 그 가치를 따져서 구입한다 는 현명한 구매자들도 애국심에 모두가 동참하려는 지금은 국내브랜드가 재조명되는 시점으로 기업들에 있어 새로운 위 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는 청년문화에서 고대 이집트의 한 벽화에 이런말이 있었다. 「요즘 애들은 못쓰겠어」 4천년전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10대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던 기성세대가 존재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웃음이 절 로 나온다. 그러나, 어려울 때 진가를 발휘하고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 주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들 청년 문화였다. 타성에 젖은 기성인들은 「이럴때는 몸을 사리고 그저 엎드 려 있는 것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10대들은 이 와중에도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나가는 발상을 과감히 실천하고 있어 생명감을 불어넣고 있다. 너무나 어려워서 앞으로도 뒤로도 나갈 수 없을 만큼 갑갑한 요즘, 뜻하지 않은 이 10대의 새로운 내셔널리즘은 IMF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또하나의 화제거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