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모방업체들이 연이어 부도나고 외형이 큰 순서대로 경
영난이 가중되면서 모방업체들은 최근 딜레마에 빠졌다.
비단 모방업계에만 불어닥친 한파는 아니지만 지난한해 유
성, 경남모직등 대형 상장 모방사들의 부도와 제일모직 삼성
물산 합병등 일련의 지각변동은 남아있는 모방업체들에게 「
존재의 이유」를 반문케하는 일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현 내수시장은 중대형 모방업체들이 자생력을 키우고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일까.
극심한 공급과잉으로 몇 년간 적자행진을 지속해온 모방업체
들은 한꺼번에 몰아닥치고 있는 IMF한파를 견뎌내기에는 역
부족인 상황이다.
비단 현상황을 극복하기 힘들어서만은 아니다.
향후 내수의류시장의 급박한 경제 돌발상황에서 끝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느냐가 문제다.
더욱이 오너 입장에서는 「이윤추구」라는 기업의 절대적 목
표를 간과할 수 없는게 현실이다.
모방업체들이 IMF장애물을 뛰어넘어 내수의류시장이 안정된
후에도 지속적인 매출성장을 이루며 흑자경영을 이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모방업체 관계자는 긍정적인 답을 내리지 않
는다.
해외원단 카피의 악순환, 이에따른 전문인력고갈, 생산숙련공
의 잦은 이직, 제품차별화 부재로인한 과열경쟁등 그동안 업
계 성장의 발목을 잡았던 요소들이 쉽게 제거되지 않을 것이
란 우려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견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IMF체제하에서 거품경제가 사라지고 모방 업계의 구조조정
이 가속화되면 각사별 외형은 크게 줄어들더라도 한층 합리
적인 재개편을 통해 업체별 경쟁력이 더욱 굳건해지리라는
것이다.
이제 섬유업종이 대기업들이 자본력을 토대로 너도나도 뛰어
드는 자본집약형 산업이 아니라 감성비즈니스 중심의 중소기
업형 산업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태리 소규모 제직처들로 대변되는 이 의견은 이태
리의 제반 경제환경과 섬유패션 전체의 경쟁구조 비교속에서
대번 설득력을 잃기 일쑤다.
우리나라 경제가 대기업중심의 발전구도로 이루어졌듯이 모
방업계도 제일모직, 경남모직등 대기업들의 전폭적인 R&D투
자가 골격을 이뤘기 때문.
더욱이 이태리가 갖추고 있는 섬유패션업계 성장을 위한 제
반 인프라구축마저 부실한 국내 상황에서 모방업계는 하루하
루 「존재 이유」에 대해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게 현실이
다.
<김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