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I. 가격 파괴 자초했다
저가 판촉 열기 우리가 만든 ‘함정’
정상 상품 ‘거짓’ 가격 의식 팽배
장기불황의 해법은 무엇인가?
2004년 7월 여름 정기 바겐세일은 기간이나 가격인하 폭, 아이템 등에 있어서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기억될 것이다.
불경기를 반영하듯 전 브랜드가 세일에 돌입, 재고소진에 총력전을 펼친 행사였다.
명품에서부터 중저가까지 패션 전 품목이 세일에 들어갔고 예년에 비해 세일기간도 길었다.
영캐주얼의 경우 50% 가격인하가 진행, 거의 브랜드 고별전을 의심받을 정도였다.
백화점 정상매장서 30%의 세일을 단행했던 고급지향의 브랜드들도 뒤로는 올해 여름신상품 중 부진 품목은 재빠르게 아울렛으로 돌려 50%로 꺾었다.
소비침체가 지속되자 고객의 주머니 사정을 배려하자는 것을 모토로 저렴한 상품을 내놓기에 여념이 없고 그나마 매출이 호조를 띤다는 브랜드들의 속내용은 기획매출이다.
여성복 모 브랜드의 경우 이번 시즌 한시적으로 중가로 전환, 과감한 모험을 감행했다.
가까운 일본이 장기침체에 빠지자 명품까지 전부 세일에 들어갔지만 그래도 불황을 이기진 못했다.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패션업계의 해법이 ‘가격 꺾기’라면 오히려 간단한 문제다.
그러나 고객의 성향이나 라이프 스타일이나 소비패턴이나 여러모로 봐도 ‘가격’의 단순 측면으로 접근하다가는 패션은 비전이 없다.
본지는 패션업계의 가격붕괴 현상을 진단하고 불황 속 진정한 경쟁력은 무엇인가를 짚어보고자 한다.
/패션부 ktnews@ayzau.com
올상반기는 패션업계의 수익성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았다.
전복종이 기획상품이나 행사로 매출외형을 맞추는 등 정상상품 판매율이 사상 최저치를 드러냈다.
이는 지속되는 소비 위축 심리를 회복시킨다는 명목 아래 이뤄진 유통과 브랜드사의 ‘싸게 싸게’ 정책 때문.
고부가로 발전해야하는 산업인 패션이 스스로 불경기의 해법을 가격에서만 찾아 일보 후퇴했다는 지적이다.
노세일 브랜드를 고수하던 직수입 브랜드나 라이센스 브랜드들까지도 이번 여름정기세일에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외형만이라도 확보하겠다는 이러한 단기적 전략은 다시 브랜드의 이미지를 세우기까지 불가능에 도전해야할 정도로 패션업계의 정상가 상실은 심각하다.
전 업계가 잃어가고 있는 상품의 정상가 신뢰도 현황을 복종별로 짚어보고 자성의 목소리를 높여본다.
이지볼륨 캐주얼
컨셉불분명…가격으로만 차별화
이지볼륨 캐주얼 업계는 기획상품이 가장 많이 범람하면서 동시에 최저가 대의 가격 경쟁이 펼쳐지는 복종이라 할 수 있다.
초저가 기획물량을 전개하지 않는 브랜드는 거의 없을 정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기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름상품은 티셔츠의 경우 1만원 미만, 5천원대에서 심지어는 3천원대 아이템까지 출시되고 있으며 티셔츠 3천원, 팬츠 6천원, 점퍼 9천원이라는 의미의 ‘369’가 통용되고 있을 정도다.
기획물량 중심 전개는 백화점 매장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며 이에 따라 이지 캐주얼 조닝의 매출이 지속 하락, 조닝 축소 방침에 따라 입지가 위협받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브랜드별 컨셉이 불분명하다보니 가격 승부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이유라 할 수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정상판매율 활성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지만 현재 그나마 매출이 일어나고 있는 아이템이 기획물량이기 때문에 그 비중을 브랜드별로 더욱 확장하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남성복
외형 경쟁 빅 브랜드 주도
브랜드와 대형 유통사의 무분별한 외형 경쟁 속에 소비자의 남성복 가격 신뢰도는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남성복 대형사가 실리 노선으로 갈아타면서 군소 브랜드를 압박하고 있다.
상반기 남성복 업계는 백화점의 ‘정장 3, 5, 7만원 행사’를 비롯해 할인 마트가 이례적으로 의류 세일을 내거는 등 세일과 특가전으로 얼룩졌다. 지향하는 가격 정책은 노세일 이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략화 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세일 대열에 뛰어 든 것도 상반기 남성복 시장의 추세였다.
이 가운데 일부 고가 라이센스 브랜드가 유례없는 세일에 참여하거나 저가 기획 상품 출시해 한 단계 아래에 포지셔닝 한 중소 브랜드이 긴장하고 있다. 즉 이들 브랜드들이 고급 이미지 고수라는 명분을 버리고 실질적인 매출 창출로 돌아섬에 따라 중소 브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