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자원 붕괴 10 년후 우리는…

2004-10-18     한선희

기업가 정신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거론된다.
경기가 위축되고 투자 마인드가 상실되고 더불어 실업률이 높아지다 보니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체념도 만연하다.

패션시장의 활황기에는 고액 연봉자도 많았고 몸값이 부르는 게 값인 이들의 데이터가 풍부했다.
지금에 와서야 거품론으로 묻혀버렸지만 시장의 호황에는 화려한 인물들도 많았다는 얘기다.

이들을 모셔가기 바빴던 기업도 연봉 1, 2억이 아깝기 보다는 그들의 네임 벨류를 확보한다는 것 자체가 힘이 되던 시절이었다.

몸값이 나날이 치솟는 스타급 인력들은 그만큼 이름값 하려고 신명나는 행적을 장식했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업계를 주름잡던 우수한 인력들이 ‘고비용저효율’을 이유로 하나둘씩 밀려나 전성기를 구가했던 1세대 내지는 2세대들이 거의 사라졌다.

투자라는 말조차 꺼내기 힘든 이 시절에 기업가정신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덕목이다.
도덕적 해이가 선을 넘어 부도내도 미안한 기색 하나 없고 오히려 경제사범이 위로 받는 분위기다.
한 시즌 아니 몇 개월 만에 브랜드를 접어도 부끄러운 기색하나 없다.

기업이 망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냐는 정당성이 들어있다.
밑도 끝도 없이 쏟아 부어야 하는 ‘밑 빠진 독’이 바로 최근 패션업계가 바라보는 투자의 또 다른 이름이다.

여성복 기업을 별도로 전개하다 접은 모 직물기업은 거의 모든 인프라를 다 정리하고 오너 손에 남은 자본은 주유소, 음식점 등으로 둔갑했다.
허리띠 졸라매기 유명한 한 기업인은 측근의 말로는 부동산 자산이 어마어마 하단다.

인력과 상품에의 재투자로 이어져야할 수익이 부동산으로 안전하게 모셔져 있다는 얘기다.
쫀쫀한 기업인으로 인식되던 그가 현명하단 소리까지 듣는다.
지금 신규 투자하면 상황 판단 안 되는 뭘 모르는 사람 취급당한다.

패션 전문인력의 구조도 더불어 허술해지고 있다.
겨우 투자라고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해외 브랜드 수입이나 직수입 편집샵 등이 주류다.
여기에는 별로 인건비도 안 들어 더 선호된다.

여성복업계에서는 고감도 캐릭터 시장의 붕괴를 통해 배운 교훈이 아마도 인력에 적게 투자하자는 것이 아닌가 싶다.
최고의 스타일과 감도를 창출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캐릭터업계에 몸값 높은 디렉터가 몇이나 남아있으며 또 그 대열에 합류를 대기하고 있는 실장급 인력은 몇이나 되는가?

심지어 실장의 몸값도 절약하자는 정신에서 팀장을 실장 대용으로 활용하는 브랜드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알게 모르게 서서히 브랜드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음을 아는지.

아껴야 살아남는다는 미덕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되겠는가?
그러다 세계적 브랜드들과의 경쟁에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시절이 올지 모른다.
일본의 장기 불황 10년 후 모습 속에서 지금으로부터 10년 후 한국패션시장의 판도를 빚대어 말하는 이들도 많다.

고급 인력들이 활개치고 맘껏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에서 나온다.
인적자원의 고갈이 본격화됐다.

우리의 10년 후 모습, 기업의 올바른 투자와 개개인의 능력 활용, 유통의 악습 개선 등으로 다시 그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