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기법도 마케팅이다”

남성복 업계, 아이디어 부재·단가하락 직결

2005-11-24     박윤영

손익분기점 흔들…음성적행사 효과 없어

백화점 남성복이 ‘제살깎기식’ 음성추가세일을 감행할 정도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세일에 식상해진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모 백화점 신사정장 바이어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신사복조차 손익이 안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트렌치코트, 캐시미어 등 겨울 특종 고가 상품의 반응도도 낮아 객단가의 하락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위 빅 브랜드 신사복이 25만 원대 수트를 내놓고 있고 정상 매장서 음성적으로 추가 세일을 실시하는 등 실효 없는 궁여지책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입점 브랜드의 할인 행사가 백화점 바겐세일이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여 시장의 가격 질서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입점 브랜드의 대부분이 불경기를 예상해 물량 보유율을 낮추고 있는 실정이라 제값 못 받고 일단 팔아야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백화점 업계에서 조차 미입점 브랜드의 ‘파격 행사’가 별 성과가 없으리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얼어붙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기에 가격 메리트는 더 이상 무기가 되어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는 세일에 대한 발상을 전환할 때다. 세일도 하나의 즐거운 이벤트 내지는 축제로서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세일 기법을 개발해 세련된 마케팅의 하나로 승격시키면 어떨까.

‘음성 추가 세일’이라는 어두운 표현대신에 ‘시크릿(Secret)세일’이라는 비밀스럽고 기분 좋은 표현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즉 고객 한명 한명에게 VIP 대접을 해준다는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세일의 희소성을 부각하는 것이다. 연초 일본의 백화점들은 일명 ‘복주머니’ 세일로 고객들을 불러 모은다.

마구잡이로 골라든 주머니 속에 평소 갖고 싶던 고가의 명품을 건질 수 있는 행운이 들어있는 식. 뜻밖의 행운에 한해 운수대통과 연결 지으며 즐거운 새해 쇼핑을 즐긴다.

이러한 새로운 발상이 세일에 식상해져 있는 우리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게 하고 소비 활성화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불황속 소비자의 주머니는 가벼울지라도 어느 때보다 눈은 높다.

‘신사복 3,5,7 만원 행사’, ‘부풀려진 가격에 음성 세일’ 보다 신뢰가 바탕이 된 즐겁고 유쾌한 쇼핑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