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REPORT] 첨단과 빈티지 문화 [1]

디자이너시대의 전성기를 거리로 불러내는 힘,젊은이들에 의해 발굴되는 신패션 풍속도

2006-05-02     박윤영
파리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정부나 시의 문화유산 보호정책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파리지엔느들에게는 역사의 저편에서 잠들고 있는 모든 것들을 패션으로 끌어올리는 저력이 있는 듯 하다.
조각, 그림, 사진, 가구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러운 골동품 상점이 즐비한 팔레 드 루와얄(Palais de Royal) 근처는 쇼인도를 기웃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가운데 높은 가격 때문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골동품 상점과 달리 문을 활짝열어 놓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 입어보거나 신어볼 수 있는 패션명품 빈티지 가게들은 인기 있는 순례코스다.
'샤넬', '루이뷔통', '셀린느' 등 명품 브랜드의 구제품들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디스플레이 되어 눈길을 끈다. 오리지널티가 그대로 살아있는 물건들이 모던한 모습으로 유혹의 손짓을 보낸다. 이곳의 구제품들은 파리의상박물관에 대여될 정도로 '제대로'인 것이라고.
의류의 경우 다소 비싼 것이 흠이지만 가방 등은 100~200유로 대면 살 수 있다.
좀 더 저렴하고 대중적인 명품 빈티지 제품을 구하고 싶다면 젊은이의 거리 소르본느 대학 근처 생 제르망 데 프레(Saint Germains des Pres)의 골목을 뒤져보는 것이 좋다.

특히 '카트린B' 같은 곳은 깔끔한 실내전경 뿐 아니라. 과거 좋았던 춘삼월 호시절의 명품 매장으로 타임 슬립 한 느낌마저 준다. 오히려 요즘의 명품매장의 오만함보다 오리지널리티가 그대로 살아있는 듯한 멋스러움이 느껴지는 곳이다.
한편, 오페라 대로 변에 자리 잡은 구제 전문 매장 'Kiliwatch'는 파리 방리유(대도시의 외곽)에서 유행했던 '아디다스' 등 정통 스포츠 웨어의 구제 트레이닝복과 '캔버스' 운동화가 넘쳐난다.
넓은 매장은 흡사 창고를 연상시키지만, 내용은 순수 그들만의 문화공간이다.
세계 각지에서 출판된 희귀한 잡지들이 패션, 건축, 사진 등 분야별로 전시되어 그들만의 자유로운 빈티지 세상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명품 핸드백과 구제 운동복 사이에서 교묘하게 균형을 이루며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디자이너시대의 전성기를 오늘의 거리로 불러내는 파리의 빈티지 문화. 그들의 젊고 자유분방하지만, 예술적인 정신이 새삼 부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