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채봉석 부회장 서울 상공회의소 중랑상공회

(태광하이틴 대표이사) 교육 개혁에 '교복 공동구매 운동'도 함께 해야…

2006-05-12     한국섬유신문

입하(入夏)를 맞으니 이젠 여름이구나 싶고, 여름을 맞으니 올해도 벌써 넉 달 여가 가는구나 싶어 유수 같은 세월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나이를 먹으면서 느껴지는 것은 세월이 무척 빠르다는 것도 있지만, 왜 삶이 이리도 정신 없이 지나가는지 때로는 인생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것도 같아 새삼스럽게 허무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더구나 지천명(知天命)을 넘기고 보니 그간의 바쁨조차 다스릴 수 없는 나로서는 왠지 세월만 훔치는 것 같아 송구스런 마음까지 들게 한다.

교복값이 35만원?
1983년 정부의 자율화 정책으로 사라졌던 교복이 빈부격차의 해소와 청소년 탈선 예방이라는 명분으로 1989년부터 부활하여 현재 전국 대부분의 남녀 중·고교에서 교복을 착용하고 있다.
그런데 입학금 다음으로 목돈이 드는 교복값이 거품으로 일관된 것이어서 많은 학부모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모 고등학교에 아들을 입학시킨 어느 부모는 “교복 값으로 35만원을 내라"는 청구서를 받아 쥐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이 교복 만드는 업체를 직접 뽑아 옷을 주문 생산하는 이른바 '교복 공동구매'로 지난해 딸아이 옷을 맞출 때만 해도 11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 교복 업체에 “너무 비싸다”고 항의 했지만 “아이 덩치가 너무 커 옷을 새로 맞추느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하지만 “3년전 아들이 '교복 공동구매'를 하는 서울 모 중학교에 올라갈 때는 다른 아이와 비슷한 수준 인 12만원을 내고도 옷을 맞춰 입을 수 있었다”며 학부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함께 교복을 주문 생산하는 '교복 공동구매'가 도입 된지 어언 4-5년이 지났지만 학교 측의 협조 부족과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야 하는 부담, 그리고 대기업 교복들의 사은품 공세 등으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학부모 단체들은 학교 측이 교복을 맞추기 전에 교복 공동구매의 취지와 방법을 학부모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교복 공동구매는 학부모들이 '교복 공동구매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공개 경쟁 입찰로 교복 납품업자를 뽑는 것으로, 지난 2002년도부터 도입된 이래 30만 원대를 넘어서던 교복값 거품을 20만원 안팎으로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교복 공동 구매 운동
대기업 교복업자들의 집단 이기주의와 물리적인 단체행동으로 말미암아 교복 공동구매의 건전한 목적과 취지가 갈수록 퇴색되어가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소비자인 학부모들의 선택권마저 박탈당하고 있는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어느 논객이 지적했듯이 우리 학부모들은 한국 교육현실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이기도 하다.
사교육비는 물론, 교복값 때문에도 허리가 휘는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교복을 남보다 앞서게 하려고 고가의 교복을 조장하는 가해자의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유태인의 속담에 '물고기 한 마리를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면 일생을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자녀들이 입는 교복 공동구매는 어려운 경제로 마음 고생이 큰 학부모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상당부분 감소시킬뿐더러 공동구매를 통해 학부모들의 시간과 노력을 경감하며,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입찰을 실시하고, 계약에 따라 업무가 추진됨으로써 품질과 하자 보수에 대한 법적인 측면의 보장을 하게 돼 소비자인 학부모들과 핵생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자유구매에 따른 업체간의 과당 경쟁으로 인한 낭비와 불필요한 거품을 없앰으로 업체의 실질적인 이윤을 보장할 수 있으며, 결국 국가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