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Advice]버려진 공생공존의 원리

2006-05-19     유수연

시작된 대기업의 자기부정
최근 일본 쿠라레의 和久井康사장이 자사의 증권코드를 '섬유'가 아닌 '화학'으로의 변경을 강력히 언급하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05년 3월 연결결산은 3시간 연속 증수증익을 기록, 이익 역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상대적으로 평가 주가가 낮아진 이유가 순전히 업종분류가 '섬유'로 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지 국내 화섬업체중에서도 전체사업중 50%이하로 낮아진 섬유사업의 비율 때문에 현상탈피를 원하고 있는 업체가 의외로 많다.
즉, "우리는 더 이상 섬유회사가 아니다"를 주장하며 태생마저 부정하는 업체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합섬 각사들이 역점을 두고 있는 비섬유인 캐미컬 사업이 이익이 나오기까지 회사를 이끌어 온 것은 분명 섬유사업. 섬유로 키워온 고분자 기술이 아닌가.
이런 기술의 배양없이는 화학분야에서 특징있는 사업전개를 할 수 없었음이 분명함에도 섬유업종은 어느새 그룹내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렸다.

사장되는 생산기반
또한, 작업이 오전중에 끝나버린다는 지방도시의 한 섬유공장.
오더는 해마다 줄고, 그나마 단가 다운을 하지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현실을 한탄한다.
봉제공장들은 어패럴 메이커에서 언제 오더가 떨어질지 속수무책이지만, 어패럴 메이커 경영자들은 국내 공장들에게 위기를 느낀다며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몰두하고 있다.
어패럴 메이커들은 가두점을 중시하는 노선을 가속화시키고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서비스를 추구한다지만, 국내 생산 작업 현장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쯤되면 아무리 기술력 높은 공장이라도 견뎌낼 재간이 없다.
현장의 고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가격 다운만 추구하는 시스템이 계속되면서, 애써 축적해 온 노하우와 기술들도 할 일없이 사장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시점에서 "모든 기술은 일단 '제로'가 되어버리면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스스로 초래하는 자업자득
사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짝짓기와 퇴출을 거듭하는 이 거대한 국제무역환경의 대전환기는 우리 모두에게 빠져나갈 수 있는 피난처를 찾아서 전전긍긍하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편안하게 임대료와 수수료만을 챙기며 희희낙락 안주해 왔던 백화점이나 유통업계에도 일대 빅뱅의 조짐이 일고 있어 초조함이 더한다.
어쩌면 우리는 특효약이 없는 병을 앓고 있으면서, 기존의 달콤함에 빠져 제몸조차 주체하지 못하는 소인국의 걸리버꼴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낮은 위험율에 높은 이익율'을 원한다지만, 당장의 이익에 급급해 스스로 공동화의 무덤을 파고 있는 듯한 요즘.
최후까지 살아남는 자의 생존의 조건이 아무리 냉혹한 것이라 해도 미래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공생공존의 원리를 너무나 무시하고 있는 듯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