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재원이 필요한 때다

2006-05-26     김임순 기자
신규브랜드를 대거 런칭 한 모 의류패션업체에 태풍을 몰고 가는 한 여성임원이 등장 화제다. 잘하지만 근본에는 '아니다' '알 수 없다'는 것이 그녀를 가까이서 접한 전문가 들의 하소연이다.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 속을 태운다. 그가 속한 사장님만 모른다는 거다.
난해한 복장으로 젊은층들이 대거 운집한 파티. 이런 풍경들은 가까이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임을 떠올렸다. 전략은 딱 맞아떨어졌다. 인터넷 동호회 모임들을 통해 파티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2000명의 젊은이들은 앞 다퉈 파티 장으로 달려온다.
브랜드를 만들고 팔아드립니다. 국내 대표급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략들은 재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해외 시장까지 달려간다.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한없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무언가를 알리고 파는 일에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시대가 요구하는 부산물인지도 모른다.
물론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일은 남성보다는 여성적인 취향이 강하다. 그런 표현만으로 여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자체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최근 CEO부터 임원, 직원 등에 이르기 까지 여성이 지위에 있는 비율은 더욱 높아졌다. 정부를 비롯해 대기업의 임원과 중소업체의 사장 브랜드 디렉터가 대부분 여성일 정도다.
단순한 상품 만들어 내기가 아니라 기업 이미지와 마케팅 영업을 총괄하는 브랜드 디렉터가 이들의 몫이다. 여기에서 최고 경영자의 입맛까지 맞춰내는 척척 일꾼이다. 홍보직에도 여성 인력이 본격적으로 확산됐다.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때 처음 일을 배운 30-40대 여성들이 앞 다퉈 회사를 차리거나 남성만이 누릴 수 있는 최고 관리직에도 서슴지 않고 진출하고 있다. 남자들 고유의 영역으로 고수되고 있던 영업직에도 이러한 여성 임원들이 대거 밀려들기 시작했다.
유독 브랜드 디렉터에 왜 여성 진출이 공격적으로 느는 것인가. 무엇보다 사회 변화가 그 이유일 거다. 시장 개방과 국제화 분위기가 큰 원인이 됐다. 2000년 이후 외국계 회사의 증가와 직수입 브랜드의 증가가 뚜렷해지면서 전문적인 재원이 필요했다. 여성이 가장 많아지고 있는 홍보실만 해도 그렇다.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기사를 주거나 안 좋은 기사를 막는 정도였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회사 이미지까지 팔아내는 시대에 사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만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어 오히려 점수를 잃고 있는 경우다.
재치와 따뜻함, 여기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남자들보다 뛰어나다. 외국어 실력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력이 많다. 기업들은 고급정보 제공, 컨설팅, 제품 프로모션 등 통합적인 기능을 수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어 실력과 매너가 앞선 여성들은 인기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
구매권을 쥔 것이 여성이라 볼 때 브랜드 업계의 우먼파워는 더욱 단단해 질 수밖에 없다.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들이 PR기술에서 한발 앞서갈 수밖에 없다.
자기만의 컬러를 바탕으로 전체 조직에서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을 과시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형 여성 앞에서 안 된다는 충고는 없는 것이다.
섬유패션업계에 디렉터가 내놓은 전략이 단순하게 날씨 하나를 이유로 전략이 바뀔 수는 없다. 단순한 감정으로 디렉터 이상의 임원급에 있는 여성이 한 시즌 겨우 채울 즈음 이직을 준비한다는 것은 모두가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강풍을 잠재울 수 있는 밝은 태양이 아쉬운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