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팽개친 디자인 절도

2000-11-15     한국섬유신문
한 제화업체 판매사원이 매장을 정리하던 중 진열돼 있 던 신발 한 족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것을 발견했 다. 판매가 잘되던 상품이라 어떻게든 찾아보려고 했으나 결국 헛수고로 끝나고…. 다음날 아침, 어제 그토록 찾아 헤메던 신발 한 족이 감쪽같이 그 자리로 돌아왔고 몇일 후 타 매장에는 잃 어버렸던 제품과 똑같은 스타일의 상품이 진열됐다. 제화 디자인하면 업계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 의 실력을 갖춘 M브랜드의 최모 사장. 자사 컨셉을 갖고 제품을 전개하던 중 매출악화로 백화 점에서 퇴출위기에 몰리자 컨셉이든 뭐든 필요 없이 잘 나가는 스타일 제작에만 전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핸드백과 지갑 업계도 이같은 ‘디자인 절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카피가 판치는 것은 마찬가지. 특히 일부브랜드는 해외 직수입 브랜드와 라이센스 브 랜드 카피 덕(?)에 매출에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큰 절 이라도 올려야 할 정도다. 독일 라이센스 브랜드 「MCM」과 국내 M社의 M브 랜드, 직수입 브랜드 「까르띠에」와 국내 라이센스 브 랜드 T社의 L브랜드, 얼핏보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똑같다. 얼마전 현대백화점 무역점에 자리잡고 있는 까르띠에가 매장과 품목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유사제품으로 평이 나있는 L브랜드 매장 정면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자 까 르띠에 측은 다른 매장으로 옮겨주던지 아니면 동일 스 타일의 제품을 L브랜드에서 전개하지 못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내용을 현대백화점에 전달하는 해프닝도 벌어졌 다. 패션업계 중 카피가 존재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브랜드만 떼어놓고 보면 도저히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이뤄지는 카피는 유독 피혁업계뿐 아니라 우리 패션 전 체가 안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다. 피혁업계에서만 카피문제가 핫 이슈로 등장하는 이유는 의류와 달리 브랜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카피가 공 공연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성소비가 주류를 이뤘던 IMF이전과는 달리 합 리적 소비형태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고객들이 굳이 값 비싼 브랜드보다는 동일한 스타일의 저렴한 가격대 제 품을 찾는 경향이 무분별한 카피 풍조를 조장하고 있 다. 기존 자사컨셉으로 전개할 때 판매에 어려움을 겪다가 카피를 통해 짭짤한 재미를 보자 힘들여 개발할 필요가 뭐 있냐는 식이 팽배해 지고 있는 것이다. 21세기를 코앞에 준 시점에서도 돈 앞에서 자존심, 양 심 다 버리고 카피에 전념하는 몇몇 업체들이 땀흘려 디자인 연구에 몰두하는 선량한 제화업계 발전에 찬물 을 끼얹고 있다. /허경수 기자dart@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