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사랑스러운 ‘왕짜증 캐릭터’가 뜬다

2006-10-31     유수연

틴에이저 심리 대변…캐릭터 접목 ‘활발’

요즘 청소년들의 미의식은 확실히 다르다.
예쁘고 화려한 캐릭터 보다는, 어딘지 우울하며 약자(弱者)의 인상이 강한 일명 ‘패배자

(loser)’ 모습에 더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깜찍한 표정. 선명한 색상을 특징으로 하는 미키마우스, 키티, 혹은 바비인형류등의 캐릭터와는 전혀 딴판의 모습들이다.
순수 국산 캐릭터 엽기토끼(마시마로)의 경우, 자신보다 덩치가 훨씬 큰 녀석들까지 너끈히 제압하는 ‘무서운 놈’ 이긴 하지만 겉모습은 엉성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바 있다.


같은 캐릭터인 워너 브러더스의 벅스 버니의 영리하고 날렵한 인상에는 근접도 할 수 없는 모습인데다 그나마 눈까지 감고 있어, 도대체 이 놈이 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조차 힘들다는 것이 매력포인트였다는 것이다.
또한 로이비주얼의 플래시 애니메이션 ‘우비소년’ 도 노란 비옷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쓴 그로테스키한 분위기의 주인공.
홑꺼풀의 작은 눈에 주근깨. 하는 일마다 되는 것이 없고 실수연발이다. 요샛말로 화끈하게 말하자면 소위 ‘왕짜증’ 캐릭터의 원조들이었다.

B급 문화의 고급화 성공케이스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는 패션의 기이한 조합과 즉흥적인 애드립, 익살 창법과 거칠게 반복 되는 사운드 랩 등에 환호하는 사람들에게 처음 많은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요즘 이런 정도의 파격은 상식이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화제를 모은 요시모토 바나나의 캐릭터도 한창 뜨고 있다. 가벼운 소품과도 같은, 그러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듯한 감성적이고 친밀감 넘치는 표현으로 단숨에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은 감수성 넘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대중문화의 조잡한 키치’라고도 하고, 일부에서는 문화의 정신적 퇴행의 징후를 라고 단언하면서도, 그 개성을 파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가족의 부재(不在), 일상성의 미학보다는 사소함, 그리고 죽음에 대한 집착, 강박적인 유머, 난무하는 가학과 엽기, 지나친 완벽은 위선이라고 매도해 버리는 요즘의 전반적인 사회 현상이 캐주얼 캐릭터로 애완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패션의 또다른 돌파구 물론, 어린시절의 절반을 차지했던 바비인형의 꿈과 요즘 유행하는 엽기 캐릭터들의 인기를 패션 트랜드적 의미로 풀어내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손에 닿지 않는 세계에의 동경심을 상징하는 바비인형에 비해, 엽기 캐릭터에게는 분명 ‘나를 대변해주는 듯한’ 친근함이 있다.


게다가 엽기캐릭터는 젊고 당돌한 틴에이저들의 개성발산의 돌파구로서 새로운 패션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전세계 모든 여자아이들에게 오뜨꾸뛰르의 꿈과 흥분을 안겨 주었던 패션의 갖가지 요소가 엽기 왕짜증 캐릭터와 속속 접목하면서 성숙한 여성과 유아스러움의 미스매치가 새로운 매력을 발산하는 패션의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