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최강 이태리 무너지다

공룡 중국의 섬유블랙홀 앞에

2006-11-28     전상열 기자
섬유공룡 중국의 발호에 그동안 세계최고 섬유강국의 영화를 누렸던 이태리도 침몰하고 있다. 세계 패션제품 산업과 소재산업을 리드해오던 이태리가 마치 홍수가 난 냥 밀려드는 중국산 제품에 큰 타격을 받아 생산기반 붕괴가 가속화되는 추세다.


밀라노를 중심으로 ▲비엘라(모직물·남성의류) ▲베르가모(면제품) ▲프라토(중저가봉제) ▲카르피(니트)로 형성된 이태리 섬유클러스트가 지난 2001년을 정점으로 수출·내수 양 부문 모두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로화 강세에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국가, 동유럽 및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새로운 섬유·의류 공급지로 부상하면서 이태리 섬유산업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경세호)가 최근 조사한 이태리 섬유패션산업의 조사 보고서의 주요 골자다. 이번 조사는 산업연구원 이재덕 박사와 섬산련 김영무 과장을 현지로 급파해 작성됐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이태리 섬유패션산업은 2001년 7만3344개에 달했던 섬유·의류업체수가 3년만인 2004년 8.3% 줄어든 6만7457개로, 매출액은 2001년 478억 유로에서 2004년 11.4%% 감소한 426억 유로에 그쳤다. 또 이 기간동안 섬유·의류산업 종사자수는 2001년 60만9629명에서 2004년 11.3% 감소된 54만3124명으로 조사됐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이태리 섬유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동종기업간 인수합병 역시 활발한 양상이다.


세계최대 고급 소모직물 산지인 비엘라지역의 경우 중급품 생산업체는 고급품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중국 현지생산체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는 최근 비엘라지역의 모직물 생산업체수 급감 이유로 적시했다. 비록 단기간에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지만 최근 30년 동안 모직물 생산업체수는 무려 50%나 줄면서 현재 비엘라지역의 고급 모직물 생산업체는 이제 34개 업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생존한 업체들도 중국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협력생산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1733년 설립된 모직물업체 Piacenza는 방적은 외주생산으로 돌리는 대신 본사에서는 제직·염가공·텍스타일디자인에 주력하고 있다. 또 원단개발을 위해 의류업체와 상호 제안 및 의뢰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협력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다.
패션의류 또한 중국산과의 경쟁 때문에 시즌별 새로운 디자인제품을 내놓기보다는 베이직한 디자인에 치중하는 상황이다.


이태리 최대 중저가 의류제품 생산지인 프라토지역의 경우 저임의 중국인 근로자와 중국인들의 현지 업체 인수사례가 활발하면서 중국인이 만든 ‘Made in Italy’가 급증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프라토지역은 총 인구 20만5000명 가운데 중국인이 12%가 넘는 2만5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세계최강 섬유선진국 이태리가 섬유공룡 중국의 旭日昇天 之勢에 氣도 펴지 못한 채 서서히 2인자 자리로 주저앉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