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면방 구조조정 속도 천양지차

2006-12-26     전상열 기자

면방 : 10년간 설비 고작 1/3 감축
화섬 : 5년만에 캐퍼 반토막 이하로

화섬과 면방의 생산 구조조정 속도가 판이하게 달라 주목된다. 90년대 중반 곧 스러질 것 만 같았던 면방산업은 올해 말 100만추를 웃도는 방적설비를 보유한데 반해 대표적인 화섬제품인 PEF는 화섬업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 5년 만에 생산규모가 반토막 날 정도로 급속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 산업에 대한 경쟁력 유무 여부가 섬유업계 차원의 관심사안으로 급부상했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간 면방업계의 경우 올해 구조조정 10년차를 맞지만 95년 당시 150만추에 이르는 방적규모가 올해 말 기준 약 100만추를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약 10년간 국내 면방업체들의 방적설비 감소율은 33.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지난 2000년 월 12만5000톤 생산으로 정점을 보인 이후 생산구조조정에 나선 PEF 화섬업계는 내년 초 PEF 생산이 월 5만5000톤에 그칠 만큼 급스피드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추정되는 내년 초 PEF 월 생산량은 2000년 대비 56%가 감소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면방업체들의 생산구조조정 지체는 국내 방적기술이 후발 경쟁국보다 우위를 보이면서 세 번수 면사나 멜란지사 등 인기 아이템 생산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아직도 100만 추를 웃도는 생산설비를 보유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방적산업은 인도나 중국이 전통적으로 규모의 설비를 갖춰와 국내 면방업체들이 경쟁력을 급속히 상실할 정도로 위기감을 경험하지 못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내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중국이나 동남아 후진국으로 생산설비를 이전한 갑을·동국무역·방림·동방 등 면방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설비이전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좋은 예가 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면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면방설비는 이미 노후화단계가 극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앞으로 화섬 고기능성 소재 활용 등 면사시장을 리더를 위한 방적설비의 분리가 시급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방라인과 혼방라인의 분리를 예를 들고 면방업체들이 구설비를 바탕으로 3·40수 코마사 생산에 주력할 경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살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화섬업체들의 PEF 생산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 것은 90년대 후반부터 중국이 섬유부문 투자를 화섬에 집중하면서 최신 설비를 갖춘 PEF 생산이 급작스럽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이 2002년 이후 정번품은 물론 극세사나 해도사 등 차별화 원사까지 무차별적으로 생산에 나서면서 국내 화섬업체들의 경쟁력 상실이 급속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문제는 화섬업체들의 PEF 생산구조조정이 당면과제가 됐으나 구조조정에 따른 실효는 생각만큼 커지 않다는 의견도 많아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제가 ‘발등의 불’로 급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