發行人新年辭
日出에 告하는 천사의 섬유·패션산업
먼 동해 수평선 위로 치솟은 웅장한 태양의 첫 햇살이 온 사위를 밝힌다. 2006 병술(丙戌)년 대한민국의 첫 날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연의 현상은 한 치의 착오도 없이 이루어진다. 선각자는 이를 섭리라고 갈파했다. 그러나 엄격하고 빈틈없는 ‘자연의 섭리’ 앞에 분수를 모르는 인간의 짓거리가 판을 쳤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가당찮은 어불성설…. 한치 앞도 가늠치 못한 그 짓거리는 곧바로 들통 난다.
대한민국은 그 표본이었나…. 2005년 12월 16일 대한민국 과학자들과 많은 지성들은 제 2의 국치일(國恥日)을 맞은 것이라 했다. 그것도 전 세계로부터 받은 경멸을 의식 않을 수 없다. 이날 단군 이래 면면이 이어온 반만년 유구한 역사는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무엇이 우리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나.
극심한 정체성 상실의 결과다. 정체성 괴멸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지도층 인사들이 앞장섰고, 이젠 필부들조차 이를 내팽개친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탱해온 정신과 가치관이 ‘목적만 쟁취하면 된다’는 아집스러운 편협함에 시나브로 사라지게 했다. 목적 쟁취가 지고지선의 잣대가 된 마당에 수단과 방법은 비열하든 악독하든 문제가 안됐다. 위로부터 팽배해진 목적쟁취가 대한민국을 온통 물들였다. 상하없이 한통속이 된 아집스러움의 극치였다.
한동안 우리국민은 세계 어디에서든 ‘희망’의 전도사였다. 부패와 혼란의 쓰레기 정치문화 속에서도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렸다. 그리고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2005년 세계 교역액 5000억 달러를 돌파, 세계 11위 교역국가로 우뚝 섰다.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였다.
그러나 성과주의와 목적 달성에 급급하다보니 자아를 성찰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비합법적으로 자행한 목적 쟁취가 국기(國基)를 흔들었고, 거칠 것 없는 ‘빨리빨리’의 해악은 급속히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단초가 됐다. 사필귀정으로 간주하기에 너무나 참혹하고 아이러니하다.
사실 한강의 기적은 섬유산업에서 시작됐다. 어린 산업전사의 섬섬옥수 손길이 배인 옷은 달러를 벌어들인 주인공이었다. 이를 토대로 경제개발은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지금은 IT·BT·ET 등 최첨단 생명·정보·환경 기술대국으로 변신을 도모 중이다. 이 와중에 경이로웠던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공신력이 매우 우려된다.
어쨌건 2005년은 영욕의 해였다. 해방 60주년을 맞는 동시에 새 갑자를 시작한 원년이었다. 빛과 그림자는 항시 상존하게 마련이다. 이 같은 측면에서 ‘천사의 산업’ 섬유산업을 다시 한번 조명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전기·전자 산업의 수출이 지난해 연말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경하할 일이지만 이면에는 모두 섬유 산업으로 벌어들인 외화로 성장한 결과다. 하지만 가득액에 비해 국민의 고용창출효과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반면에 섬유패션산업의 고용효과와 부가가치는 매우 높다. 원·부자재서부터 타고난 정서적인 패션감각까지 합치면 실로 폭발적이다. 차제에 섬유패션산업의 성장과 재도약을 위한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으로 부끄러웠던 구랍의 국민적 분위기를 끌어올렸으면 한다.
섬유패션산업은 IT·BT·ET 등 모든 첨단 기술이 어우러지는 핵심첨단산업이다. 이제 곧 스마트 섬유· 디지털 섬유 시대가 온다. 물론 인간의 웰빙 생활의 바탕이 되는 환경산업이 뒷받침 될 때 가능하다. 대한민국의 문화와 첨단 기술의 총 집결체, 섬유패션산업 육성은 그래서 중요하다.
섬유패션사업은 어글리로 비하된 대한민국을 치유하는 특효약으로서 그 역할은 충분하다. 지금 정부 당국과 섬유패션업계가 한 목소리로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외치자고 일출(日出)에 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