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아울렛은 인파로 북적…

재래 남대문시장에는 ‘불황의 골’만”

2007-02-13     한국섬유신문

“장사가 안돼 대신 봐주는거야
좌판이야 매일 펴지만 매출은 영~
물건 팔아야 할 시간에 일이없어 포장만”
美·日 외국인 쇼핑객도 급감세
지친 일상속 포장마차서 한잔술에 시름 덜기도
주변 대형 쇼핑몰엔 그나마 발걸음 이어져
환불·A/S·교환 등 對고객서비스 강화
상인들 일치단결해 옛명성찾기 노력 펼쳐


4일 토요일 오후 7시, 남대문 시장의 상가들이 하나 둘씩 셔터문을 닫기 시작했다. 오후 8시가 넘어서자 남대문 시장 일대는 이내 더욱 어두워졌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몇 몇 문을 연 상점에서 나오는 불빛이 없었다면 이 일대가 정전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들 정도였다.


금년들어 경기 회복과 설 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문을 열었지만 상인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불경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를 반영하듯 남대문 재래시장 옷상가와 액세서리 상가 상인들은 “올해도 경기가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며 이구동성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4호선 회현역 주변은 주말인데도 한산하기만 했다. 제각기 바쁜 사람들의 움직임 속에 시장의 상인들은 침체된 경기가 더욱 차가울 뿐이다.
한층 어두워진 회현역 주변에는 지친 일상을 마치고 포장마차로 향하는 퇴근길 중·장년층 의 모습이 간간히 보일뿐 쇼핑을 즐기거나 밤문화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드물었다.


시간은 저녁 10시. 멀리서 보이는 초롱의 불빛만이 남대문 시장을 비추고 있었다.이렇게

남대문 시장의 하루는 지나가고 있었다.

일주일을 시작하는 6일 월요일 아침.
남대문 상인들이 다시 바빠졌다. 좁은 골목길에서 규칙을 정해 놓은 듯 커다란 짐을 어깨에 메고 곡예를 부리듯 바삐 지나가는 짐꾼들의 발걸음과 장사를 시작하려는 상인들의 모습이 뒤섞였다. 바로 600년 역사를 지닌 남대문 시장의 에너지를 다시 느끼는 순간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남대문 시장 풍경은 현대적인 모습으로 바뀌면서 이전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남대문 시장을 찾는 이도 그리고 물건을 파는 이들도 물건을 흥정하는 모습은 600년전 그 때의 모습 그대로인 듯 했다.
시장의 끝자락에서 할머니와 가격을 흥정하고 있던 임숙영 주부(52)는 “남대문에 오면 과거의 향수를 느낄 수 있어 좋다”며 “백화점과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 아이쇼핑을 즐기기는 하지만 가격이 높은 편이어서 쇼핑을 마친 후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남대문 시장을 찾는다”고 말했다.


천원을 놓고 흥정을 벌이는 할머니와 아주머니의 모습 속에 보는 이들은 고향의 향수를 느끼겠지만 점점 늘어만 가는 상인들의 눈가 주름만이 시장의 현실을 설명해주고 있다.
오전 10시 남대문 액세서리 상가는 분주했다. 한 점포의 시작과 끝이 어딘지 알 수 없을 만큼 따닥따닥 붙어있는 한 평 남짓한 좁은 점포마다 사람들은 분주히 움직이고 번쩍거리는 액세서리는 눈이 부셨다. 마치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니 손님과 통화하는 사람, 물건을 사러온 손님에게 설명하는 사람, 옆 점포 사람과 수다떠는 사람, 혼자서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 각양 각색이었다. 그나마 혼자서 일하고 있는 한 상인이 덜 바쁜 것 같아 바쁘시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게 바빠 보여요? 할일이 없어서 포장이라도 하고 있는 거예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경기가 많이 안 좋으냐는 질문에 “지금 시간쯤이면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야 하는데 포장을 하고 있다는 건 경기가 그만큼 안좋다는 거죠.”라고 되받았다. 상인의 말을 듣고보니 정말 다들 바빠 보였지만 손님으로 매장을 찾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지는 않았다.
어렵게 인심 좋은 상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장사를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어. 그때부터 80년대 후반까진 정말 좋았지. 새벽 6시에 문을 열면 오전 11시에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소매상인들이 물건을 많이 떼어 갔다니까. 그런데 작년부터 경기가 안 좋아서 재고가 얼마나 쌓여있는지 몰라”라며 발밑에 쌓여있는 액세서리 재고들을 보여줬다.


“예전에 많이 오던 외국 상인들도 발길이 뜸해졌어. 예전엔 남미랑 일본 상인들이 많이 ©한국섬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