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졌다’

“신세계·롯데 치졸한 氣싸움에

2007-05-08     우철훈

패션의류 브랜드 업체만 골탕”

신세계·롯데 유통 라이벌의 기 싸움에 패션 브랜드 업체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양사가 각 경쟁사 매장 입점 브랜드를 놓고 법정 공방에 나섬에 따라 관련 브랜드업체는 고래사움에 새우등 터지는 꼴이 됐다.
발단은 지난 3일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의 모 부장을 ‘건조물 침입으로 인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조치하면서 불거졌다.
신세계는 고발장에서 “정모 롯데 캐주얼팀 부장이 백화점 휴일이던 지난달 17일 자신을 의류업체 직원이라고 속이고 신세계 본점에 들어와 신규 오픈 준비 중이던 TBJ·ASK·코데즈콤바인 등 3개 브랜드 매장을 염탐하고 간 것이 출입자 명부와 폐쇄회로TV를 통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신세계는 이 사실을 적발한 직후 롯데측에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언론에 사과 광고 게재 등을 골자로 한 항의 서한을 보냈으나 무응답으로 일관해 고발까지 가게 됐다고 전했다.
반면 롯데측은 “새 경쟁 점포가 오픈하거나 신규 브랜드 입점 시 매장 방문은 항상 해오던 일”이라고 해명했다.


신세계와 롯데의 싸움에 브랜드업체들의 입장만 난감해졌다. 롯데가 경쟁업체에 입점하는 브랜드들에게 위협으로 보이는 행동을 잇따라 보여주며 업체 길들이기에 나섰기 때문.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 4월 초 롯데쇼핑은 (주)예신퍼슨스의 주요 브랜드 10여개 매장에 퇴점 통보했으며 (주)MK트렌드의 경우 4월 바겐세일 마지막 3일중 금요일에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TBJ’는 지난 1일부터 수수료율 인상을 적용받았고 ‘엔듀’의 경우 롯데백화점 3개 점포에서 퇴점을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리얼컴퍼니는 당초 10개 매장 통보를 받았으나 롯데측과 협상에서 일부 점포 수수료를 인상하는 조건으로 1개 매장을 철수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신세계측은 설명했다.


본지는 롯데와 관련 브랜드업체에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사실유무를 확인해 본 결과 ‘TBJ’관계자는 “사실무근이다. 변동사항은 없다”라고 확인되었을 뿐 다른 브랜드업체는 사실 확인 자체를 기피했다. 반면 롯데 관계자는 “효율성 제고를 위해 그런 언급이 나온 적은 있으나 퇴점에 관해 직접적인 지시가 내려간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신세계 입점브랜드들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모든 브랜드를 대상으로 1분기 평가 중에 나온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 의류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횡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신세계와 롯데의 싸움이 가뜩이나 어려운 패션업계에 악영향을 낳지 않을까 브랜드업체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