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30원 붕괴

국내 섬유산업 뿌리채 흔들

2007-05-10     이정수

섬유수출 포기해야 하나. 5월 9일 기준 환율이 지난해 연말 1013원(05.12.30일 기준)보다 거의 81원 가까이 급락하면서 대부분 섬유수출업계가 수출 및 생산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5월 8일 환율 930원대가 붕괴되면서 사·직물·염색가공·어패럴 등 국내생산섬유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출포기 업체가 속출하는 등 전 섬유업계가 아비규환 상태다.
올 들어 계속되는 원화가치 상승은 섬유 업체들의 채산성 악화뿐 아니라 국내 섬유산업기반 전체를 흔드는 심각한 수준에 도달했다.


1997년 이후 근 8년 7개월 만에 920원대로 떨어진 환율급락은 8일 한때 산업연구원(KIET)이 조사한 섬유 수출포기환율인 928원을 돌파했다.
수출 마지노선 환율 935원을 넘기면서 출혈수출을 해오던 국내 섬유·의류업계의 채산성확보는 공염불이 됐고 이제는 수출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기막힌 경우에 직면했다.
현재 섬유류 수출업체 가운데 해외off-shore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국내 섬유업계는 적자수출에서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9일 환율이 932원 수준으로 소폭 회복됐으나 올 들어 환율급락이 당초 예상 수순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섬유수출 경쟁국인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보다 생산단가가 3~4배나 높아 한국에서 더 이상 오더를 진행할 수없는 상황이다.


섬유 수출업계가 환율급락으로 떨어지는 채산성 보전을 위해 수출가격을 인상할 경우 바이어 이탈 속도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에 처했다.
반면 직물과 부자재 등 국내생산원부자재로 수출하는 섬유업체들이 수출포기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급락하는 환율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사업체들이나 일부 품질경쟁력을 갖춘 어패럴 등 섬유업체들이 앞으로 요동을 칠 환율 대응방안이 주목된다.


화섬원사 업체들의 경우 자체 환 방어 노력을 비롯 다양한 경영기법으로 환율변동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는 있다손 치더라도 상반기 중 환율이 900원대로 진입할 경우 거의 속수무책 상황이 될게 자명하다.
또 품질경쟁력을 갖춘 일부 어패럴 업체 역시 원부자재가 급등으로 인한 원가상승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환율급락 사태가 전 섬유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환율이 어느 선까지 내려앉을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 사안이다. 현재 환율하락속도를 봤을 때 상반기 중 900원대로 붕괴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