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이랜드 군단의 ‘說·說·說’

2007-05-17     권근택

이랜드그룹(대표 박성수)의 까르푸 인수를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대대적인 M&A 전략을 펼치며 거대화를 진행한 이랜드는 현재 60개 브랜드사를 소유하고 뉴코아, 2001 등 수족으로 움직일 유통망을 확보하며 온갖 이슈를 몰고 왔다. 이 중에서도 올해 봄에 터진 까르푸 건은 이랜드 최대의 인수사업이자 올 상반기 업계 최대 뉴스로 꼽힌다.


그러나 롯데, 신세계 등 쟁쟁한 선두업체들을 물리치고 까르푸 인수를 확정지었건만 이랜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물론 이랜드의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에 선두업체들의 견제가 증폭된 것도 사실이다. 처음 이랜드가 뉴코아 등의 인수에 나섰을 때 선발주자들로서는 “노하우가 부족한 의류업체가 자본력 하나만 믿고 유통망 확보 경쟁에 뛰어든다”며 방심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뒤늦게 인수작업에 참여해 까르푸까지 낚아채자 업계 1위자리를 수성하려는 신세계 등이 잇따라 ‘이랜드 죽이기’에 나섰다는 업계인들의 지적은 설득력 있게 들려온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번에 인수하게 된 까르푸의 모습이 성하지 않다는 점이다.
중소납품업체에 대한 횡포와 책임감 없는 경영실태, 인수협상에서 상도의를 벗어난 행위 등 철수하는 순간까지 드러낸 추한 작태는 “10년간 한국 유통망을 어지럽혔다”는 비난과 함께 사상최악의 먹튀로까지 표현되고 있어 까르푸 인수는 시도 자체가 자사의 이미지까지 내걸어야 하는 도박성 위험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까르푸를 인수하는 업체에겐 따가운 여론의 시선을 극복할 수 있는 이미지 정화 노력과 설득력 있는 비전의 제시 등 올바른 유통질서를 이끌겠다는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


까르푸가 남기고 떠난 세금 문제와 기타 비용 부담 감수도 불가피했다. 이런 점을 감안했을때 이랜드의 행보는 처음부터 ‘노력부족’이란 질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랜드는 현재도 “국세청 조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것이 기본방침이나 세금납부는 전적으로 까르푸의 일이며 최종 딜클로징과도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주인이 떠넘기고 간 문제는 나하고 상관없다”며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눈총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까르푸가 타 협상자보다 적은 금액을 제시한 이랜드를 인수대상자로 선택한 것은 까다롭게 압박해 오던 당국의 조사에서 빨리 벗어나 한국을 떠나려는 의도”라고 설명해 이랜드가 까르푸의 조기탈출을 도왔다는 말까지 새어나왔다.
구학서 신세계 사장의 발언도 복잡한 실타래를 더욱 엉키도록 만들었다.
구 사장은 “이랜드가 까르푸 인수 당시 일부 유통업체들에게 점포를 나눠 갖자는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점포 10여개를 매각할 것”이란 발언도 2차매각을 우려하던 업계를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미 금융권에서는 매각에 대한 전망이 끊임없이 흘러나왔으며 한 관계자는 “까르푸 인수 대금을 빌려준 이유가 다 있지 않겠느냐”며 점포매각을 통한 자금 융통을 시사했다.


실제로 뉴코아와 2001아울렛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부분적으로 매각과 임대를 병행했던 사례가 있다. 권순문 이랜드개발 사장은 “단지 신세계와의 공동인수설이 불거졌을 때 확인차 전화했을 뿐 제안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점포 매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매각 후 임대 방식으로 팔 수는 있다”고 덧붙여 매각의 여지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자사와 까르푸 양쪽에서 불거져 나오는 노조의 목소리도 불신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까르푸 노조는 고용보장을 주장하며 나섰고 이랜드 측의 노조관계자들 역시 자신들의 입지에 위험을 느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이랜드 노조 측은 “뉴코아 등 기존의 유통망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의 입지부터 확실히 잡아달라”며 “경영 정상화만이 이랜드의 의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존에 인수한 유통망이 안정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까르푸까지 손을 댄다면 대대적인 부서 폐지와 인력 감축이 잇따를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할인점 부분은 도리어 확대, 강화되므로 염려할 것 없으며, 까르푸 측 노조와는 아직 법적으로 만날 처지가 아니나 향후 진지하게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효율적 경영으로 까르푸의 매출액을 3조원까지 끌어올리고 영업이익률을 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상황에서 지금의 직원들은 물론 까르푸의 전직원까지 끌어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E1에 선수를 빼앗긴 국제상사 인수건과 톰보이 등 의류 브랜드 인수계획의 지속도 현재로선 마이너스 요인으로 지적된다.


국제상사와 수년간 지루하게 끌었던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