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복 재고 포화상태
업계, 불황에 땡처리 불사…브랜드 이미지 급속 추락
패션업계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재고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상품 회전율이 낮은 남성복 업계 재고 문제는 창고에 물건을 쌓아놓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다수 업체들이 재고 문제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계속된 역신장과 누적 재고로 인해 남성복 업체의 창고는 재고 물량으로 포화 상태에 있는 것.
아울렛 등 재고소진 창구의 불황도 이어져 남성복 업계는 자금과 상품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력이 낮은 중·소 브랜드에서 이런 문제는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캐릭터캐주얼을 전개하는 A업체는 재고율이 6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해 재고 물량을 합치면 엄청난 양으로 이 업체는 아울렛과 땡처리 업체에 대량의 물량을 유통, 브랜드 이미지를 망가뜨리고 있다.
어덜트군의 B업체도 재고문제가 심각해 땡처리 업체를 물색 중이다. 2~3년전 재고까지 떠안고 있는 상황이라 땡처리를 해서라도 재고물량 처리가 불가피하다. 이 업체 관계자는 “2~3년간 계속된 침체가 물량 과다로 이어지고 있다”며 “물량을 줄인다고 줄였지만 올해는 재고 물량이 두 배수는 늘어났다”고 말했다.
남성복 업계의 재고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아울렛을 제외하고 특별한 재고 유통망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백화점 기획전과 자체 대형 아울렛을 통한 재고 소진을 하고 있지만 중·소 업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상황.
특히 중심 상권의 아울렛에 입점하지 못한 브랜드는 지방의 창고형 매장이나 땡처리 업체를 통해 물량을 유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판매가 신통치 못하다. 게다가 무분별한 재고물량이 브랜드 이미지를 싸구려로 전락시키는 이중고 때문에 업체들은 재고부담으로 여러 가지 신규 사업이 심하게 위축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소비심리 악화가 대규모 마케팅을 전개하지 못하는 중·소 브랜드의 재고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재고 부담을 털어내지 못하면 내년 시즌 제대로 전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중·소 브랜드의 공동 마케팅과 공통된 유통 채널을 만들 수 있도록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상 최악의 경기불황과 소비 부진이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남성복 업계를 위기로 몰아가는 가운데 중·소 브랜드의 재고 부담이 내년 시즌을 어둡게 몰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