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들…남기고 싶은 이야기들]국제패션진흥원 최경자 여사

엑스포 70 국제 박람회

2007-10-29     유수연

“첫 일본 패션쇼 나들이로 세계에 눈뜨다”
한국 실크 우수성에 일본인들 새삼 놀라
한국디자이너 ‘좌정관천’ 탈피 계기돼

▲ 전국순회 진웨어 패션쇼를 떠나며(좌로부터 모델:남유미, 이희재, 신현장, 신현우, 저자, 신혜순, 모델:남궁희, 권정희)
70년대초 패션계의 특징이라면 미니·미디·맥시·판탈롱의 공존으로 입는 사람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다.
이에 못지 않게 우리나라 섬유산업의 발전에 따른 패션 산업의 태동기였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이미 이웃 일본은 대형 섬유 메이커들이 직접 기성복을 만들어서 내놓는등 섬유산업에서 패션 산업으로의 전향이 성행하고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도 경제의 낙후성을 벗어나려는 노력이 국가적 차원에서 기울여지기 시작한 대망의 70년대를 맞아 섬유산업이 중요한 수출산업으로 대대적인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내가 대표가 되어 참가했던 ‘엑스포 70 국제 박람회’에서 마련된 한국 패션쇼도 이런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였다.


▲ 뉴질랜드 민속의상
우리나라 옷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특히 한국산 실크의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무역 진흥공사가 주관하고 농림부와 잠사협회가 후원한 행사가 바로 ‘엑스포 70’로 덕택에 우리는 일본의 동경과 오사카에서 한국패션쇼도 열게 됐다.
평소 창의력이 생명인 디자이너는 항상 시야를 넓게 갖고 외국의 새로운 문물에 접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온 나는 이번 일본 패션쇼에 국제 복장학원의 제자들인 몇몇 젊은 디자이너들을 참가시키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결정된 일행은 디자이너가 오은환 이신우 이영우 송영자 정경자 조용수등 7명이였고 모델로는 한혜라, 이규순 노정숙 윤미숙등 4명의 직업모델이 참가했다.
준비한 작품은 모두 60여점으로 이중 10점은 궁중 예복등 전통 한복이였고 50여점은 현대 의상중 5명의 신진 디자이너들은 각각 2~3점씩 그리고 나머지 30점을 내가 맡아 제작했다.


이들 모든 작품에 쓰인 소재가 우리 국산 직물중에서도 특히 그 질을 자랑할 만한 실크였음은 물론이다.
특히 이번쇼는 정부에서 후원하는 공식행사인만큼 모든 참가자들은 한사람 한사람이 수출 역군이요 국위선양을 위임받은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정성들여 준비한 작품을 가지고 일본으로 떠나기 앞서 5월 8일 조선호텔에서 국내 발표회를 갖고 도일한 것이 15일, 일행은 도쿄에 여장을 풀고 19일부터 31일까지 니혼바시와 신주쿠에서 하루 2~3차례씩 일반 공개쇼를 가졌다.


뿐만 아니라 도레미 양재학원과 문화복장학원에서도 패션쇼를 여는등 도쿄에서 가장 먼저 발표회를 가진 다음 6월초 박람회장인 오오사카로 가서 열흘동안 전세계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의상의 아름다움과 한국산 실크의 우수성을 한껏 자랑해 보였다.
이렇게 해서 우리 일행이 일본에서 가진 발표회는 도합 40회 가까이나 되었고 일본 패션 관계자들의 반응도 퍽 호의적이였다.


나는 그동안 여러차례 외국 여행을 했었고 해외 발표의 기회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이때 처음 도일한 제자들은 처음 접하는 일본 문물에 나름대로 느낀 것이 많은 듯 귀국하는 길에 많은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구동성으로 여행 소감을 말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그때일을 돌이켜 생각할때마다 조그마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