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산련과 섬유산업에 바란다
본지 발행인 김시중
경세호 섬산련 회장의 임기중 사의는 충격과 동시에 섬유산업의 정부 지원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섬유산업은 정부정책의 지원 방향에서 제외된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애지중지 사랑받는 산업이어야 걸맞는 지원도 받을텐데 천덕꾸러기로 거추장스러운 산업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미 정 떨어진 연인에게 사랑을 강요하고 선물을 사달라고 해본들 한두 번 애증으로 마다못할 뿐 마음은 떠나버린 것이다.
서로 잘 나갈 땐 다이아도 사주고 큰 집도 장만해 줬지만 떠난 마음을 잡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그래도 잊으면 안된다고 해도 오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뿐이다.
섬유산업의 미래의 청사진을 내놓고 조금만 더 도와주면 잘 살 수 있다고 애걸해도 돌아선 연인의 발길은 뜸하고 시선은 냉정하다.
이미 정부정책 및 지원과 섬유산업의 불꽃같은 연인과 밀월관계는 식었다고 봐야 한다.
멀어진 연인사이를 섬유특별법을 제정하려 하니 당사자인 정 떨어진 연인을, 고개돌린 연인에게 신명도 안나는 특별법으로 엮어줄 분위기는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에 앞서 엄밀히 따지면 섬유산업은 먼저 반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하고 땅 짚고 헤엄치며 많은 재화를 챙겼던 섬유산업으로 큰 재벌급 기업이나 섬유중견기업들은 정부의 차디찬 시선을 나무랄 것도 없다.
거론한다면 면방·화섬·직물·의류 할 것 없이 오늘날의 굵직한 재벌이나 중견급 이상 대기업 쳐놓고 섬유산업으로 정부정책과 지원의 그늘아래 재화의 축성을 하지 않았는가?
면방은 유전스 자금으로, 화섬은 때만되면 원사값 인상으로 적정마진을 취했고 모두 부자되고 재벌이 됐다.
직물·의류수출업체들은 쿼타로, 무역금융으로 한동안 돈방석에 앉았다.
최근년에는 그들이 지녔던 서울 및 수도권의 공장 부지를 부동산 투기 광풍에 편승하여 수백, 수천억씩 챙긴 업체도 수두룩하다.
지속적인 인건비의 상승과 섬유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에 대한 비닐하우스를 걷고 이젠 자생의 들판으로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에 지레 겁먹고 챙길 것을 챙긴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속된말로 먹고 튀고 잘 먹고 챙기는 약삭빠른데만 이골이 난 것이다.
섬유산업 사양화론과 함께 공장은 인건비 저렴한 중국 등 동남아로 옮겨 또다시 그곳에서 챙기는 작전을 펴고 있고 빨대를 다른 컵으로 옮겨 쭉쭉 빨고 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기업은 이윤이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원리이며 기본 생리다.
그래서 재화를 축적한 섬유재벌들은 일찌감치 섬유를 훌훌 털고 상당부분을 접고 업종을 전환해 많은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의 섬유산업은 여전히 존재하고 강하며 매력있는 미래산업으로의 굳굳한 자존을 지키고있다.
그들도 한때 시련도 있었지만 섬유로 번 돈을 섬유에 재투자하는데 머뭇거리지 않았다.
업종의 리스크에 대비해 타 업종으로 전환을 해도 섬유산업으로 축재된 재화를 일정부분 과감히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섬유인이요, 업종에 대한 자존심을 지킬 줄 아는 기업가적 정신이라 단정할 수 있다.
물 좋으면 뛰어들고 물 나쁘면 뛰쳐나가는 우리의 섬유기업인의 정신과는 대조적이다.
모든 문제의 동기와 원인은 자신에게서부터 나온다.
결자해지는 뒤엉킨 실타래를 자초한 본인들이 풀어야 한다.
재벌이나 대기업은 아니지만, 중견기업인 박성철 전 섬산련 회장이나, 현 섬산련 경세호 회장을 필자는 평소 존경한다.
이유는 죽으나 사나 업종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본받을만한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이 지원 대상에서 멀지라도 외길 기업인으로 섬유산업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누가 뭐래도 존경받기에 충분하다.
역대 섬산련 회장 중 물 좋던 시절에 목에 힘만 들어갔지, 섬유산업을 굳건히 지키려는 의지로 발로 뛰고 설득한 분들도 이들 뿐이다.
어차피 이제 섬유산업은 대기업의 집단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섬유산업은 중견기업이며 중소기업이다. 주인의식을 갖고 애정과 애착을 가져야 인류에 옷을 입힐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긍지의 산업이다.
섬유특별법의 제정 지연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차분하며 끈질긴 설득이 돼야 하고 정부의 예산지원의 대폭 삭감은 올 것이 온 것으로 봐야한다.
이제 섬산련과 관련단체 등은 회원사 등과 함께 홀로 서야한다.
때 늦었지만 버릴 것은 버리고 정신부터 재무장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대기업들은 그동안 섬유로 번 돈을 섬산련에 출연도 할 줄 아는 배려와 자존도 살려야 한다.
받아만 먹고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