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순 大記者 칼럼] 중국에 한국인 노숙자들이 넘쳐난다

2008-03-12     김임순 기자
중국은 과연 어디까지 일까? 혹자는 ‘중국 리스크 감당할 수 있을 때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도 말한다. 최근 2-3년간 청바지 워싱 공장의 중국 이전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갈수록 심화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록이 나풀거리는 올봄, 거리에는 깊어진 인디고컬러로 무장한 청바지들이 청연한 시원함 속에 젊음을 분출 시킬 것이다.

청바지 하나에도 수많은 공정이

내로라하는 패션브랜드에서부터 이름 없는 길거리 표에 이르기까지 청바지는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고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청바지가 어디서 생산되고 공급되는 지는 잘 모른다. 중국산이든 한국산이든 품질이나 디자인만 좋으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나 청바지하나 하나를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과 우여곡절이 숨어 있는지를 알고 나면 생각은 금방 달라질 것이다. 청바지를 가장 빛나게 만드는 키포인트면서 마지막 공정이기도한 워싱은 기술력으로 품질을 만든다. 중국의 청바지공장은 대량생산능력에 이러한 워싱 기술만 도입한다면 한국제품을 능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공장은 한국인 기술자들을 대거 영입하면서도 인력이 딸리자 거금의 스카우트 비도 지불했다. 한국기술자는 대우받는 만큼 열심히 일하면서 중국인들에게 기술을 이전시켰다. 그는 이러한 일들이 영원할 것이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느새 그가 가진 기술은 바닥이 나고 중국 청바지 워싱 공장은 많은 인건비를 주는 한국인이 필요 없게 됐다.

15억 인구, 한국인 기술자를 부른다
알다시피 중국은 지난 1990년대부터 15억 인구의 풍부한 노동력과 함께 수요조건을 겸비하면서 최대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은 트렌드를 주도할 능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 기술과 경영· 전문적인 능력과 관리 체제가 모자라는 형편에 최근에는 선진기업들을 본받거나 외자기업을 유치해 자기화 하려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다. 고 임금을 따라 기술과 관리 경영의 고급화 방향으로 이동하며 영업이나 마케팅 필요성도 느끼고 있다. 합리적인 관리 시스템이나 기술 디자인력을 보유한 한국의 의류업체나 인력을 도입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해외의 우수한 기업과의 합작이나 의류생산의 노하우를 전수 받거나, 청바지의 샘플 개발이나 워싱·핏에 대한 기술개발 전수를 받고자 한다.

개방 됐어도 사회 경제적 변화 극심

중국은 개방 후 축적된 정보도 부재한데다 변화도 극심해 정부의 관리 소홀이나 정책 이행의 비일관성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리스크는 이러한 중국사회의 경제적 정치적 압력 등으로 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여타 국가들과는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국의 기술자들은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지역이나 업체 구분 없이 마구잡이식 기술전수를 통한 돈벌이에 급급하다. 중국은 아직도 지역에 따라 자원조달 능력 기술지원 필요성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단기적 이익 추구는 금물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나 기술력을 가진 전문가들은 중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중국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청바지 생산기업을 운영하는 모 업체 사장은 “중국에 한국인 노숙자들이 배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자들이여!! 솜씨 자랑 그만
중국에서의 한국인 노숙자는 한때 청바지 워싱 공장의 핵심기술자였지만 지금은 일거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오갈 때 없는 이들은 아직도 겨울만 되면 지하철로 지하도로 한기를 피하며 살아가고 있어도, ‘불쌍하고 안타깝지만 달가워하지는 않고 있다’ 누구도 선뜻 도와주지도 않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다’는 말과 함께 국내 의류제품들도 쏟아내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카멜레온이다. 그래도 청바지 워싱 만큼은 ‘물 좋고 솜씨 좋은 대한민국에서 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명분뿐이다. 소싱 자체가 중국에서 이루어지는 지금, 청바지의 워싱 핵심 기술자들도 자진해서 중국행이다. 그 누가 노숙자 신세를 예상이나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