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칼럼

섬유산업은 興해야 한다

2008-03-15     전상열 기자

매 협상시마다 쟁점 사안
이제 운명의 날은 3월29일인가. 한국 섬유산업 명운(?)을 가를 날이 딱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진실의 순간을 눈앞에 둔 섬유업계 분위기는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 9개월간 한·미 FTA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었지만 섬유분야는 늘 최후의 쟁점으로 넘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8차 협상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5·7차 협상에서 관세양허안을 놓고 한미양국은 입장차가 너무 커 수정안을 내놓으라며 쌍방이 한번씩 윽박지르기도 했다. 큰 진통은 출산을 앞당기는 기대를 낳았다. 8차 협상에서 섬유분과 타결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대는 결렬로 끝났다.


지난 9개월간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8차까지 진행돼온 한·미 FTA 협상이 사실상 종료됐다. 양국은 주요 쟁점사안들을 빼고는 대부분 타결했거나 의견일치를 보았다. FTA 체결자체가 한미 양국에 득이라는게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섬유분야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개성공단=한국산’ 이라는 원산지 인정문제와 얀포워드 완화, 미국측 관세철폐 계획안, 한국측 우회수출 방지규정이 주요 쟁점들이다. 이는 한·미 양국 모두 주요쟁점으로 꼽는 상황인데다 FTA 성사자체를 결정하는 핵심사안들기 때문이다.
솔직히 섬유업계는 한·미 FTA 섬유협상에서 개성공단산 생산제품 한국산 인정과 관세조기 철폐를 잔뜩 기대해 왔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가 않았다. 협상초기 우리측은 원산지안으로 봉제·재단안과 패브릭·다잉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미국의 얀포워드안 고수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지금 섬유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개성공단=한국산’ 원산지 인정부분이다. 비록 얀포워드 규정과 관세철폐 계획안이 다소 완화된다손 치더라도 이와는 상관없이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문제는 끝까지 관철시켜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이는 우리측의 열망일 뿐이다. 미국이 고수하고 있는 원산지 기준 ‘한국내 미국내 생산제품에 한한다’는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개성공단 원산지 관철시켜야
국가간 FTA협상 성공여부는 주고받기에 달려있다. 한·미 FTA에 있어서의 섬유분야는 그게 아니다. 우리가 받아내야 할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김영학 산자부 기간제조산업 본부장은 “한·미 FTA 섬유협상은 우리나라에 유리한 협상이라서 카드가 너무 없어 힘들고 어려운 싸움이 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다고해서 제일 중요한 것을 포기하면 안된다.
이제 한·미 FTA의 중요한 쟁점은 고위급 협상으로 넘어간다. 3월 19일부터 농업협상과 수석대표간 협상이 열리고 이기간중 섬유분야 고위급협상도 갖는다.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는 고위급 협상은 한·미 양국이 막판 힘겨루기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통치차원 결단만 남았다


특히 섬유분야 최종타결은 만만치가 않다. 원론적인 면에서 예외 없이 개방하는 ‘높은 수준’이 바람직하겠지만 양국의 현실상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분야가 있다. 섬유가 그 대표적인 예다. 미국은 세계최대 면화생산국이다. 면화도 팔아야 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직물·봉제 분야에 종사하는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미국이 원산지 기준으로 얀포워드를 고집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라고 다를바 없다. 개성공단 원산지가 인정돼야 한국 섬유 산업의 재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하명근 섬산련 부회장은 “개성공단은 한국섬유산업 재도약의 밑거름”이라고 말했다. 섬유업계가 개성공단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고위급 협상에 대해 거는 기대 역시 클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개성공단 원산지가 없으면 한국 섬유산업은 없다. 그래서 섬유를 담보로한 빅딜은 더더욱 안된다. 이는 통치권 차원의 결단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