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열 칼럼] 바닥친 섬유수출 이유있다
2008-03-24 전상열 기자
올 1·2월 섬유수출이 지난 2004년 이후 처음으로 증가했다. 4년만의 반등이라서 섬유업계 분위기 역시 다소 고무적이다. 낙관론으로 간주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지표상으로 봤을 때는 분명 청신호다.
4년만의 비수기 수출 반등
매년 1·2월은 섬유수출에 있어서는 비수기다. 3월부터 물꼬를 터는 섬유수출 시즌을 앞두고 전년 11월부터 바이어 상담을 진행하는 등 물밑접촉이 왕성한 때다. 시즌을 준비하는 다시 말해 성수기를 겨냥한 워밍업으로 본다면 비수기에 수출이 증가한 것은 성수기로 이어질 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올 1·2월 수출증가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4년간 매년 1·2월 섬유수출은 곤두박질을 거듭했다. 2003년 21억3577만9천 달러에서 2004년 21억1015만 달러로 떨어지더니 2005년에는 19억6591만3천 달러에 그치는 등 20억 달러선 마져 붕괴됐다. 그리고 2006년에는 18억5262만2천 달러 수준으로 급락하는 등 2003년 대비 13.3% 감소했다. 매년 1·2월 내리막길을 탄 섬유수출은 연중 수출 감소를 불렀다. 비수기 섬유수출 여파가 연중 수출의 잣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올 1·2월 섬유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2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아니고 증가율 역시 미미하지만 그래도 상승세를 탔다는 것은 앞으로 섬유수출에 청신호가 되는 두번째 이유다.
1·2월은 연중수출의 잣대
한국 섬유수출이 하락세를 본격화한 것은 2001년부터다. 이후 지난해까지 6년간 내리 곤두박질쳤다. 2006년 132억 달러 수출규모는 2000년 대비 무려 30% 수준 감소한 것이다. 물론 이 기간 중 2001년 중국의 WTO가입, 2005년 쿼터폐지 등 섬유수출을 방해하는 외부환경도 한몫했다. 그러나 쿼터 등 수출안전판만 믿고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업계의 잘못은 더 크다. 수출의 장벽은 예고된 프로그램이었지만 섬유업계는 이를 극복하는 지혜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 결과는 곤두박질치는 수출 감소였고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지난 6년간 수출 감소는 섬유산업의 공동화를 부를 만큼 파괴력을 더했다. 국내 간판 섬유수출기업 대부분이 쓰러졌다. 이제 물량과 가격으로 수출해온 섬유업체는 눈 씻고 찾아볼 수 가 없다.
개미군단 주도 수출 청신호
살아남은 섬유수출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연간 1천만 달러 미만 업체가 절대 다수다. 그리고 연간 500만 달러 수출을 목표로 한 개미군단도 수없이 많다. 개미군단의 수출활동은 거의 인고에 가깝다. 매년 수백 가지가 넘는 아이템을 개발해 세계 전 지역을 대상으로 그만의 틈새시장 개척에 사투도 마다않는다. 1천에서 5천 야드 미만짜리 오더를 모아 연간 5백만 달러 규모 수출을 하는 것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기자면 이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2007년 현재 섬유수출기업의 현주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 1·2월 수출이 증가한 것은 의미가 깊다. 섬유수출 패턴이 소량 다품종 체제로 정착됐다는 반증이다. 그리고 섬유수출이 바닥을 치고 상승세를 예고하는 세번째 이유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섬유수출을 이끄는 섬유원료, 원사, 직편물류 시장 확대가 시급하다. 또 의류용 수출도 중요하지만 산자용 수출확대 역시 초미의 과제다. 한마디로 민·관·연이 3위1체 되는게 바닥을 치고 나온 섬유수출을 강하게 견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