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포스트 밀라노 프로젝트… “잔치가 끝난자리”

대구섬유산지 국가적 책임의식 가져야

2008-03-28     김영관

대구섬유산업이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생산과 수출에서 매년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투자분위기는 사라진지 오래다. 오히려 틈만 나면 섬유를 떠나려는 오너가 증가 추세다.
그런데도 산업자원부나 대구시·관련단체·조합·연구소들은 이 같은 심각한 사태를 제대로 파악치 못하고 있어 업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사태의 핵심은 업계 따로 정부·대구시·연구기관 따로에 있다. 필드에서는 목말라하는데 책상위에서는 오아시스를 찾아가라는 눈치다. 오아시스를 찾아가 봐도 갈증해소와는 무관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렇게 되자 업계는 거품을 물고 정부·지자체·연구기관에 대한 성토에 목청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도 산자부·대구시 등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복지부동이다.

정부, 지자체 관계자의 복지부동
연구기관 관리에서는 군림 그 자체다.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는 연구소들은 산자부와 대구시 관계자들에게 소신있는 의견을 내놓기 힘들다.
삐끗하면 국비나 지방비 지원을 무기로 앞세워 연구소와 단체들을 하수인으로 전락시키기 일쑤다. 전직 대구 패션계 단체장인 K씨는 대구시 계장·과장급에게 불려가기 일쑤였다. ‘이건 아닌데’ 라는 뒤늦은 생각에 단체장다운 위신과 체면을 지키자니 자연히 시관계자와의 사이가 소원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 뒤는 설명이 필요 없다.
대구전략 산업기획단도 대구시의 그것과 뒤지지 않는다. 각종 정부지원 R&D과제를 심의하고 최종 평가하는 막강한 힘(?)을 배경으로 연구기관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업계가 원하는 R&D과제의 평가와 실질적인 성과위주의 심의도 취약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R&D과제의 최종평가 이후 실질적 매출로 이어지는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출발부터 될 성 싶은 떡잎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종평가는 합격. 그러나 실질적 목표인 매출과는 거리가 멀다. ‘눈감고 아옹’식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취임 일성으로 대구 경제살리기를 강조하고 나선지 불과 몇 개월이다. 완만하고 비효율적인 사업을 혁파하고 혁신의 조치를 취하길 업계는 바라고 있다. 단체장 인선에도 정부 및 지자체의 담당공무원 입김이 거세기만 하다.


업계에서 후보를 내세워봤자 공무원 입맛에 맞지 않으면 실패하기 일쑤다. 연초에 발생한 모 단체장 선출도 산자부 차관보의 최종결정이 영향을 줄 것이란 게 산자부내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한 수 위다. 산자부의 의중에 없는 인사가 이사장이 될 경우 정부지원 예산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각본대로 이사장이 선출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관 주도의 연구소 운영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공무원은 나와는 상관없다는 태도로 돌변한다. 연구소 운영과 공무원은 별개라는 논리다. 대구지역 대표 연구소 및 관련단체의 상임이사급 이상 소장급임원들의 대다수가 공무원출신 또는 정부와 관계되는 인사로 채워져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섬유·패션도시를 주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처음으로 시행한 대구시 스타기업 명단에 패션기업은 전멸이다.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비젼있는 패션기업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섬유가 섬유인의 중지를 통해 비젼을 제시하지 못하고 대구시나 산자부의 꽉 막힌 연간계획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

단체장부터 동상이몽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창구가 단체라면 단체장은 얼굴이자 대변자다. 도덕성과 청렴성, 희생정신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런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를 강조하는 것은 단체장의 판에 박힌 레퍼토리다.
공식석상에서 단체장다운 그럴듯한 발전방안 제시 또는 섬유산업을 살리기 위한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막상 그들 개인 기업을 살펴보면 거리가 먼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경우는 일반 섬유인이나 단체장이나 매 일반이다.


성수기(90년 중후반)에 벌어들인 자금을 비 섬유부문에 빼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자·부동산·주유소등에서 부터 골프회원권까지... 섬유는 더 이상 비젼이 없다는 태도다.
사실 이런 기업들은 어렵잖게 대구산지에서 찾을수 있다. 공장시설 투자할 자금은 없어도 골프회원권이나 고급승용차 살돈은 있다.
고생해서 번 돈을 섬유로 탕진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풍겨나고 있다. 대구 섬유산지의 자화상이다. 섬유 특별법 또는 3단계 밀라노 프로젝트가 구상 중에 있다. 이런 분위기에선 백약이 무효할 뿐이다.

관련 연구소 발상전환이 급선무
국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