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눈] IT와 패션의 대융합이 시작된다
주문형 맞춤 양상과 新비전
스피드와 개성시대
▲ 박창규건국대학교 섬유공학과 교수 I-Fashion 의류기술센터 센터장 | ||
소비자 중심 문화 급진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 중에서 소비자가 고르는 ‘생산자 중심’의 소비문화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문한 후 만들어 공급하는 선주문 후생산 방식의 ‘소비자 중심형’ 문화로 바뀌고 있다. 여전히 생산자 중심이긴 하지만 소위 SPA나 패스트패션 같이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기성품의 종류를 많이 늘어놓는 방식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여러 산업군에서는 이미 다양한 옵션들을 부여해 소비자가 일부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옵션형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자동차에는 이미 핸들이나 휠 시트를 선택해서 납품하고 있고, 델 컴퓨터는 조립식 옵션형 컴퓨터로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일본의 내쇼날 자전거는 이미 옵션형 자전거로 일본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이런 ‘개성화’ 지향은 산업의 커다란 흐름이다. 다만 소비자의 ‘개성화’가 가장 중요한 산업군은 바로 ‘의류패션’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의류패션산업은 일부 양복이나 셔츠류의 맞춤점들이 길거리에 늘어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큰 움직임이 없다.
고부가 시장 창출의 조건
필자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러 원인이 있는데, 소비자는 기존 맞춤점에 ‘유행이 없다’, ‘가기 어렵다’, ‘비싸다’는 이유 등을 든다. 의류업체는 ‘경제성’, ‘생산성’이 없다고 말한다. 변화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자라’도 SPA를 시작할 때 누구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이것은 하나의 도전이다. 의류패션 산업이 ‘개성화’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백화점이나 할인점에서도 사이즈, 스타일, 원단, 디테일 등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맞춤 주문’이 가능해야 하고, 이러한 주문에 대해 의류업체는 ‘경제성있는 생산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소비자는 ‘나’만의 주문을 할 수 있고, 비슷하지만 개개인마다 다른 ‘양산’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맞춤 생산이 가능하다면 글로벌 리더쉽을 확보할 수 있다. 이때 IT 기술은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옷을 실물 없이 볼 수 있게 해주는 마법을 가지고 있다. 또한 소비자 몸에 맞는 옷을 만들 수도 있게 해주고, 소비자의 주문을 디지털로 생산과 연계해 자동화 할 수 있도록 한다. 소비자의 주문 방법과 제작 기술을 IT로 처리하는 것은 현재 어렵지 않다.
다만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맞춤형 양산’을 누가 경제적으로 해낼 수 있는냐가 향후 다가올 ‘개성화’ 시대, 경쟁력 우위 확보의 관건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의 생산기반은 중국이나 구미 선진국에 비해 아주 우수하다. 이러한 인프라를 잘 활용하면 ‘맞춤 주문형 양산’ 체제에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시장 창출과 국제적 리더쉽 확보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