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국제적 비즈니스 양심이 필요할 때

2008-06-03     유수연

백조로 분한 까마귀
잘나가는 패션몰의 가방점에 섰을 때, 판매원은 야릇한 미소를 띠면서 이렇게 물었다.
“루이비통·구찌·샤넬 보여드릴까요?”
“정말요?”
뜻하지 않게 가짜명품을 구경할 수 있는 자리가 되어버린 만큼, 무턱대고 관심을 보이는 내 눈앞에 어디서 꺼냈는지, 검정 비닐봉투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가짜를 어떻게…?”라는 속마음을 읽었는지, 판매원은 어느새 매뉴얼을 펼쳐들고 빠르게 말했다. “이게 가짜를 구별하는 법이예요. 여기 보이시죠? 이부분이 없으면 가짜고, 이부분이 있으면 진짜예요. 근데, 완벽하잖아요? ”
자랑스럽게 짚어주며 말하는 판매원의 손가락을 따라 몇줄 읽어본 진품과 가짜를 구분하는 일본어 판은 아예 가짜를 완벽하게 만들어주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가짜범람…예고된 시나리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물건을 고를때의 기본은 어디까지나 남보다 좋은 것을 싸게 구입하고 싶다는데 있다.
그 ‘싸고 좋은 것’이란 애매하고 막연한 니드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물건을 파는 많은 판매업자들은 저렴한 인건비를 활용한 해외 생산 제품을 도입하거나 해외의 오리지널 상품이나 라이센시 상품을 국내에서 생산하는등, 갖가지 방법으로 모색해야 한다는 것 역시 경제 원칙중의 원칙일 수도 있다.


그리고 번거로운 계약에 기초하며 라이센시 소유권자들에게 로얄티를 지불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선전 광고활동,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관리, 서비스등에 수반되는 모든 비용부담은 소비자들의 몫이였으므로, 임금의 지불과 판촉비의 부담이 배제된 이런 위조상품 제조업자들의 활동은 어쩌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보다 좋은 상품을 보다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의미로서, 별 저항감 없이 받아들여졌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오리지널 상품을 별도의 루트를 통해 재주껏 시장에 풀어놓을 수 있는 병행수입제도 성행하고 있는 요즘에는 브랜드들도 해외의 갖가지 단계를 거치고 들어오는 바람에 세관에서 조차 단번에 파악하기도 힘들어 졌으므로, 가짜 상품의 범람은 예고되어 있는 시나리오인지도 모른다.

국제화 시대…모두가 피해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위조상품에 의한 피해는 메이커나 소비자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을 판매하는 소매점이야말로 최대의 피해자라고 할 수있다.다시말해, 정규 대리점이나, 메이커에서 사입하는 제품에 비해, 상품에 대한 보증이 빈약한 이들 병행수입제품이나 위조상품을 오리지널 상품인줄 알고 도입했다고 하더라도, 어느날 느닷없이 날아올 변호사의 내용증명우편, 즉, 상품권 시비를 각오해야 하는 곳이 바로 소매현장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명 브랜드 메이커나 정규 대리점들은 위법 상품의 적발을 위해 거래업자들에 대해, 경고의 단계를 거치며 주의를 환기시키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해외 메이커들은 위조상품의 식별방법이 공개되면, 다시 그것을 악이용하는 악덕업자가 있다는 이유로 일체 정보를 흘리지 않은채 재판소로 직행하는 메이커도 있으므로 더더욱 그렇다.

상도덕이 중요한 이유


그런의미에서 지금 ‘개발을 하고 싶어도 카피때문에 내놓고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업체의 사장들의 푸념은 위조상품에 시달리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우리의 또다른 모습이다.


해외 시장에서 몇십년동안 울려 먹을 수 있는 가격대를 한국사람들이 단 2년만에 붕괴시켰다는 이야기도 장난이 아니다.
지금은 작건 크건, 국내적이든 국제적이든, 순간의 이익보다 신용을 바탕으로 장사를 해야 한다는 비즈니스의 기본양심이 왜 필요한 것인지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이해해야 할때임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