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자기말만 하고 싶은 사람들

2008-07-08     유수연

가는귀 먹은 사람들과의 대화
오래전 가는귀 먹은 사람들에 대한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소위 사오정 시리즈로, 한사람이 “나 콜라” 했더니, 다른 사람이 “나도 쥬스” 이런다. 또다른 사람이 “ 그럼 여기 커피 셋이요” 하니까, 주문받는 사람은 한술더 떠 이렇게 대답을 했다.
“미안하지만 홍차는 안파는데요??”
느닷없는 말이지만, 이는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앉아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통하는 것이 없는 사람들의 답답함을 풍자하는 유머 시리즈의 하나이다.
한쪽 귀를 틀어막고 자신의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의 우스꽝 스러운 모습을 연상케 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박장대소를 한다.
그러나 모두가 한쪽 귀를 막고 자신의 생각만을 관철하며 급기야는 엉뚱한 해프닝을 벌어지고마는 이 우스개 이야기는 어쩌면 요즘 우리네 일상의 다반사를 시사해 주는 것인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지금 왜 세상이 혼란한지,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시사해 주고 있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우물안 개구리들의 토론
그래서인지 요즘은 이상하게 현재의 경제 상황하에서 봉착되어 있는 모든 문제점에 대해 너무나 엉뚱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해결책의 제시나 혹은 그를 성공시키는 방법, 그리고 심지어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듯한 느낌이다.
결국, 자신만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다가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채 결국에는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며 흐지부지 넘어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우물안 개구리 같은 발상인지 외국과의 국제 회의에 비유해 보면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기업과 ‘달’을 테마로 이야기 할 경우, 만약 미국이라면, 달에 착륙할 수 있는 방법의 모색부터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달에 도착하면 무엇부터 할 것인가’하며 김치국부터 마신다.
거기에 목소리 큰 사람들과 “과연 달에 갈 수 있는 것인가”라며 지극히 상식적인 벽에 부딪쳐 평론가적 회의만하다가 무산되어 버리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런데 세계의 엘리트들은 그런것은 관계없다며 향후 전개해야할 아이디어에 중점을 맞춘다.
이때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한 예에 기초해 정보를 모으고 비난하는 일은 가능해도 실적이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의 장래에 대한 발상내지는 수단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허둥거릴 수 밖에 없다.
그러면 미국인들은 당신들에게 그런 아이디어가 없으면 우리가 내겠다“는 식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해 나가는 것이다.

말귀를 잘 알아들어야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까 경영효율화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그 정책의 기본은 언제나 사람을 줄이고 돈을 줄이고 재고를 줄인다는데에 있다.
이럴때 자신의 프라이드와 체면에 연연해 하는 사람들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거나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별 관심이 없다.
이들이 모여 전략회의를 하게되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지금 모든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수술대에 올라가 있는 시점에서 이런 현상은 장난이 아니다.


구조조정은 단순한 경제적인 뒤엎음의 의미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위한 기본적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왜 그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인지 모두가 말귀조차 못알아듣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는 동문서답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