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인생도 아름답게 디자인해야 할 때… 앞으로 20년 더욱 알차게”
대한민국 남성복 대표 디자이너 장광효씨
데뷔 20주년
“기본 지키며 순수함 잃지 않는
영원한 소년으로…”
자서전 출간 임박, ‘진짜 인간 장광효’ 표현할 것
대한민국 남성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장광효씨. 늘 소년 같은 맑은 이미지로 인식돼 온 그가 올해로 디자이너 인생 20주년을 맞았다. “기본을 지키면서 순수함을 잃지 않는 자세로 살길 원한다”는 소박한 자연인이기도 하지만 작품에 몰두하고 컬렉션준비를 할 때면 비범한 카리스마가 종전의 이미지를 불식시킨다. 최근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대부로서 ‘발전’과 후배들의 ‘성장’에도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장광효씨는 20년을 뒤돌아보는 자서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디자이너 장광효’ ‘진짜 인간 장광효’가 본 세상을 담을 이 저서에 패션인들의 관심이 뜨겁다. 한국을 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에서 MBC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의 ‘장샘’, 드라마, 뮤지컬의 의상감독, 저서 출간까지…열정적이고 다채로운 인생을 살고 있는 장광효씨의 철학과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들어보았다.
-‘카루소’ 20주년을 맞이한 소감은?
“일이 좋아서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왔다. 남성복 디자이너로서 한 길에만 매진해 온 것이
다. 사실 패션업계에 뛰어들 당시 남성복은 불모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새로운 시선으로, 당당히 패션의 중요한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본인 스스로도 기여한 바가 크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남성복부문에 훌륭한 후배디자이너들이 육성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본인 또한 책임감을 느낀다. 그동안 ‘장광효’라는 디자이너를 좋게 보아주신 주변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지금까지의 20년이 아니라 앞으로 20년, 그 이상 롱런하는 디자이너로 남고 싶다.”
-자서전 출간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나?
“카루소 20주년을 기념할 이벤트를 생각하던 중에 주변에서 책을 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제까지 출간된 눈요깃거리에 그치는 책이 아니라 진짜 ‘인간 장광효’를 알차게 느낄 수 있는 책을 내보자고 결심하고 몇 달간 준비해 왔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발간될 예정이며 현재 마지막 정리작업 중에 있다. 반드시 패션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디자이너 장광효’ ‘인간 장광효’가 본 세상을 담았다. 그렇기 때문에 패션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읽고 공감하며 나의 감성과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자이너는 옷뿐 아니라 인생도 멋지게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패션 역시 의류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전 생활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포함되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이너는 작품활동을 훌륭히 해내기 위해 그만큼 인생이나 주변환경, 삶 자체도 디자인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30대에는 잘 몰랐고 40대에 이르니까 그 원리를 실감했다. 이제 작품 못지 않게 인생도 훌륭하게 가꿔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주변과 공감할 수 있는 저서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기쁘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
-활동한지 20년이 됐는데도 굉장한 ‘동안’으로 젊어 보인다. ‘소년’같은 이미지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기본을 지키고 순수한 마음으로 사는 게 비법이다. 사람들은 디자이너라고 하면 화려하고 사치스러울 거라 생각하는데 내 일상은 지극히 단조롭고 평범하다. 나도 젊었을 땐 다른 사람처럼 친구와 파티를 좋아했다. 그러나 결혼하면서 아내의 내조와 충고가 방향을 바꾸어 놓았다. 부부와 가족중심의 생활, 일을 벗어나서는 집에서 조용히 하거나 청소, 요리, 장을 본다든지 산책을 하는 등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재충전한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식의 일상을 단순히 즐기는 평화로운 생활이 나의 패션세계를 더욱 깊어지게 한다. 불필요한 관계나 가식, 일들을 가지치기 하고 가정과 자신의 내면, 일상에 충실하면 늙을 일도 없고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내 아내는 현재 음대교수이다. 그래서 방학을 제외하면 주말부부이다. 아내는 내게 ‘잘 하라’는 말 한마디로 힘을 줄 수 있는 평생의 벗이다. 주중엔 혼자 지내는 대신 1년에 3~4번씩 여행을 간다. 가끔 퇴근하는 길에 아내에게 어울릴 만한 옷이나 가방을 둘러보거나 무대에 설 드레스를 손수 만들어주곤 하는데 이것은 내게 큰 기쁨 중 한 가지다.”
-오늘의 디자이너 장광효가 있기까지 굴곡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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