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진출 섬유업체 초비상

유치할 땐 언제고 이젠 내쫓나

2009-01-19     송윤창
예고된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중국 산둥성 옌타이시에서 현지 직원 3000여명을 거느린 종합섬유·염색업체 세강섬유 임직원 10여명이 야반도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동안 중국에서 발생한 한국기업인 야반도주 사건 중 최대 규모다. 구랍 발생한 화인방적 임직원 감금폭행사태 못지않게 충격적이다.
최근 중국정부가 노동자 권익보호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기업의 야반도주가 발생함에 따라 이번사태는 한·중 양국관계는 물론 중국 내 한인사회에도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전망된다.

뒤늦게 산업자원부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통상협력기획관을 단장으로 하는 조사단을 편성, 산둥성과 광둥성 등지에서 실태조사에 나선다.
이번 사건은 이미 예견됐던 사태다. 작년 6월 발효된 신노동계약법 등 노동집약산업에 대한 중국정부의 제한조치 확대가 그 신호탄. 완구·악세서리·섬유 등 노동집약형 산업 중심으로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들에게는 이미 예고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중국 진출기업 26%가 적자경영으로 도산위기에 있으며, 33.6%가 경영환경의 악화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공장이전과 청산절차에 따르는 어려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6일 발표한 ‘중국 진출 기업 사업철수를 통해 본 청산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가공무역 제한, 근로자 해고요건 강화 등 경영여건의 변화로 한계상황에 내몰린 한국 중소기업들이 중국 사업을 접고 철수하려 해도 청산절차가 복잡하고 처리기간이 지연돼 중국에서 발목이 잡혀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청산관련 법률은 일관성이 없고 법규 간 내용이 상충되는 경우가 많아 공무원이 자의적 판단으로 법규를 적용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이사회 만장일치로 결정되는 회사정리에 중국 측 파트너의 비협조가 큰 문제다. 투자원금과 기회비용을 요구하면서 노골적으로 청산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철수를 어렵게 하고 있다.
문제해결의 근본열쇠는 현지조사 등 사전노력을 게을리 한 해당기업들에게 있다. 하지만 일이 터진 이상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문제들과 관련해 중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한편 중국 진출 지원에 초점을 맞췄던 기업지원 정책범위를 현지경영과 사업철수로까지 확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