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앞둔 재래시장 칼바람만…
동대문-남대문
중국산 저가상품만 즐비
도매기능·해외수출 ‘뚝’
상인들 앞다퉈 중국으로
동대문과 남대문시장에 과거 역동성과 활기찬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동·남대문상권의 주요기능인 도매와 해외수출이 거의 사라졌다. 과거의 도매상들은 중국 광저우 등지에 사무실을 이전하고 있다. 또 과거 이곳을 찾던 외국인들이 대부분 중국 광저우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변화에 적응한 몇몇 업체들과 소매시장 기능 뿐.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동대문은 저가와 고가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다. 세련된 고가제품이나 명품도 아니고 저가에 고만고만한 중국산 제품이 상가마다 진을 치고 있다.
이미 과거 동대문만의 역동성과 활기가 사라졌다.
두산타워에서 여성복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강민정씨는 “상가에 진열된 제품이나 온라인상의 제품이나 크게 다른 것이 없다는게 문제”라며 “과거 새로운 패션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밤을 잊고 동대문상가를 돌던 젊은 층이 이제는 모니터 앞에서 가격비교를 통해 쇼핑을 즐기고 있다”며 현 상황을 설명했다.
동대문 전문가로 알려진 한성대 경제학과 이우관 교수는 “동대문과 남대문은 이미 중국산 소매시장으로 축소과정에 접어들었다”며 “이제 동·남대문 상가들의 최대 경쟁상대는 중국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이라고 말했다.
더큰 문제는 동대문에서 물건을 공급받던 상당수 온라인쇼핑몰업체들이 중국 현지에 들어가 공장을 임차하여 직접 생산,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더 추락할 곳도 없다.
“활기를 잃어가고 있는 도매기능을 활성화 하기 위해 디자인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동·남대문만의 경쟁력있는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충고했다.
“이를 위해 설 땅을 잃은 소규모 봉제업체들과 윈윈전략을 통해 빠른 기획과 빠른 생산 공급시스템을 부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대문, 사시사철 개점휴업 상태
남대문시장은 영하의 추위만큼이나 썰렁했다. 설 연휴를 일주일 남긴 남대문 시장. 길거리 어디에도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마마아동복 매장 안은 설 명절을 맞은 상가이라고는 도저히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설 명절이면 의례 아이들 선물 준비로 상가 안이 북적여야 할 터. 하지만 이곳 아동복 매장엔 정적이 흐른다. 뜨개질에 정신이 팔린 가게 주인의 모습이 지금 남대문시장 분위기와 어울려 오버랩 되고 있었다.
남대문 일대에서 가장 크다는 쇼핑몰 ‘메사’ 역시 개점 휴업상태다. 보통 이 정도 규모의 패션몰은 젊은 고객들로 북적여야 정상이지만 손님은커녕 오후 5시가 넘은 시간에도 비어있는 매장이 더 많았다.
이곳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재래시장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특히 몇 년 전 쇼핑몰이 들어설 때만 해도 젊은이들의 주요 쇼핑문화 공간이었던 이곳에 젊은 층은 눈 씻고 찾아도 볼 수가 없었다. 간간히 보이는 30~40대 아줌마의 텅 빈 쇼핑바구니만이 이곳 사정을 설명하고 있었다.
동대문, 지방상권 붕괴 현상유지도 난감
발길을 돌려 동대문을 향했다.
동대문 서쪽 소매상가에는 흥겨운 멜로디에 리듬을 맞춘 젊은 연인들의 모습이 화려한 조명과 어울려 이곳이 젊은이들의 공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도 마찬가지. 구경하는 고객은 있지만 물건을 흥정하는 쇼핑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동쪽 도매시장의 상황은 더더욱 어렵다.
도매상가 유어스에서 남성복 매장을 운영하는 오병재씨는 “올해 설 대목은 완전히 사라져 예년대비 15~20%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며 “이맘때면 하루 150팀 이상은 와야 정상이지만 최근에는 20~30팀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지방상권이 완전히 죽은 결과”라고 재래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그래도 오 사장은 동대문의 다른 상인들에 비해 훨씬 괜찮은 편이다.
1~2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현상유지 정도는 돼줘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재 이곳 동대문에는 현상유지조차 어려운 가게가 대부분이라는게 오 사장의 전언.
몇 년간 이어온 불황 탓에 재래시장의 소비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게다가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시작된 국제금유시장 경색으로 당분간 시장 소비심리가 살아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